정승민(가명·14·대구 수성구 고산동)군은 할머니(67)와 단 둘이 산다. 엄마는 첫 돌도 지나지 않았을 때 집을 나갔고, 아버지마저 지난 5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큰 병을 앓고 있는 줄 몰라 제대로 손도 써 보지 못한 채 아버지는 어느 날 새벽 싸늘한 주검이 됐다.
그 충격으로 승민이는 요즘 혼자 있는 것을 유난히 두려워한다. 밖에선 어른스러움을 가장하지만 집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혼자 있을 때면 집안 문을 꼭꼭 걸어잠가야 할 정도다. 할머니는 이런 승민이가 걱정스럽지만 "형편이 어렵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눈물만 흘렸다.
할머니는 하루 12시간 이상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한다. 전부터 해 온 일이지만 이젠 혼자 손주를 키워야 한다는 걱정에 잠시도 쉴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 5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45만원의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방세 20만원과 각종 공과금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은 10여만원. 그래서 할머니는 아침 8시면 집을 나서 저녁까지 폐지를 줍고, 승민이 저녁을 챙겨준 뒤 다시 나가 새벽3~4시까지 폐지를 줍는다. 하루 종일 해도 벌이는 5천원을 넘기가 힘들다. 폐지값이 떨어져 100㎏을 주워야 7천원을 받는다.
승민이는 학원에 다니고 싶어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 성적이 엄청나게 떨어진 것도 승민이에게는 스트레스다. 한 때 전교 상위권 성적을 내기도 했지만 올해는 겨우 반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할머니는 "옷을 사 입힐 형편도 되지 않아 고물 틈에 나오는 헌 옷가지를 빨아 입히는데도 싫다는 내색 한번 않는 착한 손자"라며 "손자가 원하는 공부조차 시키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정승민 군에게 희망을 나눠 주실 후원자를 찾습니다. 매달 몇 천원이라도 고정적으로 기부를 해 주실 분은 희망나눔 캠페인 홈페이지(hope.daegu.go.kr)에 신청하거나 대구시청 자치행정과(053-803-2823)로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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