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에서 헤매던 주가가 13일 폭락세를 나타내고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특히 해외 증시가 급작스레 나빠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해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패닉 장세'가 재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번지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 전망과 관련, 일제히 '비관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충격의 월요일
1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0.50포인트(3.53%) 급락한 1,378.12를 기록하며 9거래일 만에 1,400선을 내줬다.
코스닥지수도 19.22포인트(3.88%)나 급락해 476.05를 나타내면서 460.83으로 마감한 4월8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하락폭 기준으로 연중 두 번째, 하락률 기준으로 연중 다섯번째의 하락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하락폭 기준으로 연중 네 번째, 하락률 기준으로 연중 다섯 번째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시가총액도 전 거래일 815조3천592억원에서 786조6천973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순식간에 28조6천619억원이 허공에 떴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 3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2.30원 오른 1,3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300원대를 기록한 것은 1,340.70원으로 마감한 4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채권 값도 하락했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5%포인트 오른 4.46%로 마감했다.
◆급락 원인은?
13일 우리 증시는 미국 20대 은행인 CIT그룹이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정을 찾아가던 미 금융권의 부실 문제가 다시 부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게다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55%), 대만 가권지수(-3.53%)가 급락하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07%)와 홍콩 항셍지수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인 것도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췌장암에 걸렸다는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까지 겹쳐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가 사실상 타결됐다는 호재도 완전히 묻혀버렸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천321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7천770계약을 순매도해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했다. 기관도 프로그램 매물과 투신 등의 매도로 1천568억원의 순매도해 외국인과 함께 지수하락을 주도했다.
◆비관론, 다시 대세?
매일신문 증시 자문위원들은 일제히 비관론쪽으로 돌아섰다.
삼성증권 심대섭 대구상인지점장은 "우리 증시가 올초부터 아슬아슬하게 왔다. 미국 증시가 좋지 않은데도 우리 증시는 미국 증시에 동조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 중국 등까지 동시에 빠지자 13일엔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현재로서는 다시 1,400을 뚫어내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투자자들은 관망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현기 대구지점장은 "시장이 조정을 받아야 했는데 계속 버텨왔다. 환율까지 이제 1,300원을 넘어섬으로써 자칫 지수 1,300선도 위험할 수 있다. 7, 8월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9월은 되어야 시장이 반등을 본격화할 것이며 7, 8월은 투자심리를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현대증권 김형진 지점장은 "외국인들이 갑자기 '팔자'로 돌아선 것은 시장에 상당히 큰 악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구조조정되어야할 기업이 '버티기'를 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부실이 결국 곪아터진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 지금은 현금 비중을 확대하고 펀드 투자도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한편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골드만삭스의 실적 호전 소식으로 2%대의 상승세를 보이면서 '급락'에 대한 불안감이 한풀 꺾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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