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화동면 마을학교
두어달 사이 상주시 화동면의 농촌마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학교를 마치면 친구도 없이 텅빈 집을 지키던 아이들이 이젠 신바람이 난다. '마을학교'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마을학교는 영어와 수학은 물론 요가, 영화보기, 마을지도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교사는 대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살다가 이 마을로 귀농한 엄마 아빠들을 포함한 마을주민들이다. 2002년 서울에서 귀농한 김용수(44)씨는 영어와 수학을 담당한다. 연세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학원강사와 행정고시 준비를 했던 '실력파'다.
미술지도는 백애숙씨, 독서지도는 김명화씨, 요가는 구자희(51)씨, 마을지도 만들기는 조행자씨가 맡았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공부를 하면서 축구와 요가를 하고, 영화도 보고 인근에 있는 지역 명소로 견학도 가는 마을학교가 아이들에게는 천국이다.
화동초교 5학년 김정인(12)양은 "최근 마을학교에서 본 영화 돈키호테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했다. 송예진(9) 최채은(9) 이현지(10) 김은지(10)양 등 2, 3학년생들은 "처음 해보는 요가동작이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중학생인 이효재(14)군과 민준원(14)군은 초등학생 동생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화동마을학교는 지난 토요일 개소식을 가졌다. 마을학교가 태어나기까지 그동안 힘을 모았던 정겨운 사람들을 초청했다. 면사무소 공무원들과 마을 주민들이다. 최영숙 전 화동면장(상주시 농산과장)은 10년 가까이 비워놓았던 농어촌공사 화동출장소를 임대해 학교를 만든 사람이다.
학교 대표는 다솜지역아동센터 김영희 소장이 맡았다. 강효석(55) 운영위원장은 주방시설과 화장실 공사를 담당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위해 자신의 승합차를 기꺼이 제공했다. 채홍묵 면장과 화동면 전직원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내서면장으로 승진한 이정두 전 부면장은 손수 나뭇가지 정리작업을 하고 복사기까지 마련해줬다. 만리장성 최낙열 사장은 현관 모기장문을 달아 주었다. 신의터농원 김갑남씨는 손님접대를 위해 점심을 해다 날랐다. 이날은 마을주민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이 마을학교에는 현재 30여명의 초중학생들이 어울려 방과후 수업을 즐기고(?) 있다. 수준별 영어 수업이 진행되고 학년별로 수학 공부도 한다. 학생들이 뛰놀기 시작하면서 10년 동안 방치됐던 낡은 건물이 생명력 가득한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이곳의 공식 이름은 '상주화동지역아동센터 마을학교'. 지난해 수원에서 귀농한 염현미(40) 센터장은 "화동의 아이들이 화동의 미래"라며 "마을주민 모두가 정성껏 아이들을 키우며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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