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金正日 위원장의 수명

입력 2009-07-13 10:57:45

지난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놓고 '앞으로 5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71%다'는 분석을 내놨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발 더 나아가 1년밖에 못 살 거라는 추측 보도까지 했다. 김 위원장의 나이는 아직 67세, 남한 남성의 평균수명 78세에 비춰 보면 아직 '팔팔한' 나이다. 그럼에도 남의 나라 정보 당국과 언론사가 살날이 5년 남았느니 1년 남았느니 과민할 만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적대적 국가 간에 상대 국가 통치자의 지병 등 건강 상태를 알아내려는 첩보 공작은 왕조시대부터 있어왔다. 미 CIA 경우 냉전 시절 구소련 서기장 브레즈네프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도 질병 첩보 공작을 편 전력이 있다. 당시 CIA는 브레즈네프가 묵은 호텔의 아래층 방을 빌려 기상천외의 공작을 폈다. 도청이나 몰카 같은 공작이 아니라 아래층 화장실 파이프를 통해 브레즈네프의 대소변을 채취한 것이다. 채취된 내용물은 브레즈네프가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현재 건강 상태는 어느 정도며 대충 얼마나 더 오래 살 것인지를 측정하기 위해 분석됐다. 심각한 질병을 숨기고 있음이 확인되거나 발병이 예견될 경우 소련의 차기 정권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소련 외교 노선에 참작 사항이 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CIA 보고서는 '화장실 공작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듯이 이번 김 위원장 수명 예측 분석 보고서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이번 정밀 분석 자료는 머리카락의 탈모 상태, 혈색, 광대뼈 상태, 목의 주름, 왼손의 부종 상태, 심지어 걷는 속도까지 치밀한 분석을 토대로 '5년 생존 가능 71%'라는 결론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과 사망 시기 문제는 솔직히 미국 CIA보다는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있는 우리 쪽에게 더 긴밀한 관심 사항이다. 다시 말해 CIA의 '5년 생존설'의 요체는 남의 집안 우환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우물가 뜬소문처럼 한가롭게 안주거리 삼을 게 아니라 우리(남한)가 만일의 경우를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는 자기성찰과 준비에 있다. 지금 남한 국민 상당수의 대북 안보 인식과 면역 상태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보다도 더 허약하고 부실하다는 우려가 커져 있다.

내 심장의 병은 덮어둔 채 남의 새끼손가락 아픈 얘기나 한가로이 입방아 찧고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핵전쟁 위협, 폭력시위에 의한 사회 교란, 불법 파업을 동원한 경제 흔들기, 허망한 IT 시스템 피습 같은 당장 앓고 있는 내부의 취약한 속병은 김 위원장의 듬성듬성한 머리카락보다 훨씬 더, 그리고 명백하게 위험한 병이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 정도로는 눈썹도 까닥 않는 무뎌진 안보 감각 속에, 친북 성향의 활동과 조직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상대의 손가락 부종과 목 주름은 분석하면서 내 몸 안의 안보 불감증에 대한 진단과 치유, 감염 예방은 예사로이 손 놓고 있는 '이상한 민주주의 나라'가 되고 있는 꼴이다. 불행한 경험이든 행복한 경험이든 체험하지 않은 자에게는 훈시나 글 따위로는 아무리 가르쳐줘 봤자 어떤 공감도 얻어낼 수 없다. 마치 뜨거운 다리미에 손을 데여봄으로써 다리미가 위험한 것임을 알게 하는 것이, 아예 다리미 곁에 못 가게 보호함으로써 다리미가 위험한 것임을 모르게 하는 것보다 더 교육적이라는 말처럼 안보 불감증 치유 예방도 스스로 체험케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교육적이다. 그렇다고 6'25전쟁 미경험 세대를 위해 안보 교육용 전쟁을 치를 수는 없지만 안보 의식 재무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강화해야 한다. 북한 동족을 원수로 몰듯 하는 적대적 안보 의식을 강화하자는 말이 아니라 그들이 수령의 건강 상태에 따라 어떤 체제로 변하든 우리의 國體(국체)와 평화와 자유, 번영을 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종북 이념에 감염된 부위는 과감히 뿌리를 찾아 치유하고 체제 전복 수준의 선동은 전염을 차단 예방하며 차세대에게는 평화와 안보 의식의 면역력을 키워주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수명은 5년, 10년에 끝나더라도 민족 평화 공존은 영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金 廷 吉(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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