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가 '확' 달라진다…<상>시원해진 대구 얼굴

입력 2009-07-13 09:52:18

넓어진 인도 분수 실개천 '명품거리'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 후의 중앙치안센터 인근 예상도. 중앙치안센터 부근은 동성로축제와 약령시축제 등의 주 행사장으로 만들어지며 분수와 녹지대 등이 조성된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 후의 중앙치안센터 인근 예상도. 중앙치안센터 부근은 동성로축제와 약령시축제 등의 주 행사장으로 만들어지며 분수와 녹지대 등이 조성된다.

대구 중앙로가 옷을 갈아입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 공사에 따른 도로 다이어트(4차로→2차로)를 통해 인도가 넓어지고 걷기 좋은 거리로 탈바꿈하면서 일대 상권도 꿈틀거리며 살아나고 있다. 대구시는 간판 정비부터 시작해 일대 환경을 대대적으로 바꿀 예정이어서 동성로와 맞물린 중앙로의 변화 바람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인도는 시원, 차도는 쌩쌩

11일 오후 6시쯤 한 5층 건물에서 내려다본 중앙로 거리는 분주했다. 오는 11월 개통을 앞두고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공사장에서는 장맛비가 주춤한 틈을 타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ㄱ'자 모양으로 도로를 굽어보고 있는 가로등이 인도를 따라 새로 설치됐고 밑으로는 실개천이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인도 위에는 행인들이 가득했다. 버스 승강장 부근에만 시민들이 북적댔던 과거와는 달리 보행자들이 거리 전체에 퍼져 있었다.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3·여)씨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으로 인도가 넓어지면서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매출도 하루 7만원가량 늘었다"고 했다.

'중앙로=교통지옥'이란 오명도 벗은 듯했다. 중앙로는 과거에도 왕복 4차로에 시내버스와 택시, 승용차가 뒤섞여 정체가 심각했는데, 올초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공사가 시작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이달 5일부터 중앙로에 일반차량의 통행이 금지되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버스와 택시만 통행이 허용되면서 교통 흐름이 시원해졌다. 차도는 왕복 2차로로 줄어들었지만 불법 주정차가 사라져 중앙로를 통과하는 시간은 훨씬 짧아졌다. 대구시는 중앙로 버스의 통행속도가 기존 10㎞/h에서 25㎞/h로 두 배 이상 빨라진 것으로 예상했다.

직장인 김은경(29·여·중구 대봉동)씨는 "매일 반복되는 중앙로 정체로 출퇴근길이 짜증스러웠는데 지금은 버스도 제시간에 맞춰 오고 통행속도도 빨라져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상권 부활도 초읽기

중앙로 변신에 일대 상인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버스와 택시를 타기 위해 통과하는 곳에 그쳤던 중앙로를 따라 걸어다니는 시민이 늘기 시작하면서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휴대폰매장 종업원 이광호(23)씨는 "인도가 넓어지고 보행환경이 좋아지면서 매장 안 상담 테이블이 모자랄 정도로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이제 목청을 높여가며 힘들게 호객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중앙로 일대 간판 정비사업을 추진, 명품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어 상권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시는 중앙로 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0.53㎞) 서편 구간 간판 교체사업을 연말까지 추진하고, 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 동편 구간과 중앙네거리~대구역 구간은 2011년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전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중앙로가 대규모 성형수술을 거치면서 동성로의 상권도 점차 서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성로로 대표되는 패션, 의류, 커피숍 등 젊은층을 겨냥한 점포들이 기존 중앙로 점포를 비집고 속속 입점하고 있는 것. 지난주 중앙로에 옷가게를 연 박근규(61)씨는 "박리다매형 옷가게는 인파가 북적대지 않은 곳에선 엄두를 내기 힘든 업종이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 공사가 끝나면 보행자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백민경(27·여)씨도 얼마 전 중앙로 커피숍을 개업했다. 젊은이들 취향에 맞춰 3층 건물을 온통 노란색으로 꾸몄다. 백씨는 "중앙로가 서울의 청계천 거리처럼 젊은 연인들과 시민들이 선호하는 대구의 명소로 조성된다는 얘기를 듣고 젊은층을 겨냥한 커피숍을 개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대중교통전용지구=대구시가 시내버스만 통행할 수 있도록 지정한 중구 반월당~대구역네거리 중앙로(1.05㎞). 도심 간선도로에 대중교통만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은 국내 처음이다. 버스 통행이 끝나는 오후 11시 30분~오전 5시 30분 사이에는 택시 통행을 허용할 예정. 차도를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이고 인도는 8~11m로 넓혀 분수와 실개천, 녹지대 등을 설치하는 공사가 오는 11월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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