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데이] 암인줄도 모르고 계시는 할아버지

입력 2009-07-11 07:30:00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요즘 입맛이 없으신지 몇 숟가락 뜨시더니, 상을 물리신다. '날씨는 덥고 습도가 높으니 당연히 입맛이 없으신가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관절 때문에 늘 다니시는 읍내 정형외과에 물리치료 받으러 가셨다가 내과에 들러서 몇 가지 검사만 받으시고 알약 몇 개만 받아오셔서는 위궤양이라며 병원을 조금 다녀야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가족 모두 그래서 식사를 못 하시고 몸무게가 줄었구나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같이 가기로 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내과에서 전화가 왔고, 할아버지께서 암일지 모르니 큰 병원으로 모셔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의사의 말에 멀리서 날아오는 공에 심장을 맞은 듯 쿵하고 주저앉았다. 어떻게 할아버지를 이해시킬지 앞이 캄캄했다. 검사 결과는 위에서 대장까지 암이 진행되어 수술도 불가능하여 3개월에서 1년이라고 준비를 하란다.

무엇을 준비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머리만 온통 하얘진다.

아무것도 모르시고 계신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생전에도 금실이 좋으셨던 할머니와 같은 병을 앓고 계시는 게 더 마음이 아프다.

할아버지 저희는 아직 준비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조금만 더….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할아버지께서 꼭 가보고 싶다 하시던 완도와 해남 땅끝마을에 다녀올까요?

좋아하시는 미역이랑 고구마 사 드릴게요. 내년에도 또 가야 해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강민정(대구 남구 봉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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