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조 들여다보기] 풍파에 놀란 사공

입력 2009-07-11 07:30:00

풍파에 놀란 사공

장만(張晩)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九折羊腸)이 물 도곤 어려워라

이후란 배도 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리라.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경제 활동도 그렇지만 관리가 되어 주어진 일들을 훌륭하게 처리하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 엄청나게 많은 직업들이 있고 요즘에는 날마다 늘어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롭게 생기는 직업도 많다. 그 많은 직업들이 갖는 공통점은 어떤 일이라도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여 살기 시작한 때부터 그랬다.

명종과 인조 대에 대사간 등 여러 벼슬을 거친 장만(1566~1629)의 작품이다. 그는 사신으로 명나라에 다녀오기도 했으며, 인조반정에 공을 세우고 이괄의 난을 평정하여 원훈(元勳)이 되었다. 원훈은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하여 임금이 아끼고 믿어 가까이 하는 신하다. 장만은 문무 겸비의 관리로 사후에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시문도 잘 지었지만 함경도 관찰사 때에는 '호지산천도(胡地山川圖)'를 그려 나라에 바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사나운 풍랑에 몹시 혼이 난 사공이 배를 팔고 말을 사서 마부가 되었더니/ 말을 몰고 다녀야 할 산골길이 험하기가 물 위보다도 더 심하구나/ 그러니 이번에는 사공도 마부도 다 집어치우고 농사나 지으리라'라고 읊었다.

문관과 무관을 두루 거친 사람이 쓴 작품이라 신뢰를 갖게 된다. 사공을 문관에, 마부를 무관에 비유하여 당파 싸움 때문에 직책 완수가 힘드니, 벼슬을 버리고 차라리 초야에 묻혀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토로한 것이다. 작품에 나오는 '구절양장(九折羊腸)'과 '도곤' 이란 말이 정겹다. 아홉 번 꺾이었다는 것은 여러 번 꺾여 꼬불꼬불하다는 것이고 '~도곤' 은 현대어의 '보다' 라는 뜻이다.

아무리 힘이 든다고 해도 직업 한 번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젊은이들이 많은 세상에 이 같은 시조를 읊는 것도 마음 편한 일이 될 수 없다. 직업이 주는 어려움이 크다 해도 가지지 못한 것보다는 좋은 일이니 그 어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꿀 작정을 해야 한다. 세상사는 맛이 어려움을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는가.

문무학 (시조시인· 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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