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유머] 夫婦相盞(부부상잔) "아빠는 그랜저, 넌 티코"

입력 2009-07-11 07:30:00

다섯살 사내 아이가 아빠와 함께 목욕탕에 갔다. 그런데 그날 따라 궁금증이 도진 아이가 제 고추와 아빠의 거시기를 번갈아 훑어보면서 물었다. "아빠는 그렇게 크고 힘이 세 보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작지?"

아빠가 점잖게 자동차에 비유해 설명을 해줬다. "응! 아빠는 그랜저고 넌 티코라고 생각하면 돼."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는 그날 저녁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아빠가 그러는데 아빠 고추는 그랜저고 나는 티코래…."

그러자 엄마가 고무장갑의 물기를 탁탁 털면서 하는 말이 "하이고! 그랜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터널에만 들어가면 시동이 꺼지는 주제에…"라는 것이었다.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던 아빠에게 달려가 엄마의 푸념을 전했다.

그런데 아빠도 읽던 책을 탁 덮으면서 하는 말이 "무슨 소리야! 터널도 터널 나름이지. 2호 3호 터널에서는 잘만 달리는데…"라고 했다. 기분이 별로인 것 같은 아빠의 눈치를 보며 아이는 다시 엄마에게 이 말을 전했다.

다리미질을 하고 있던 엄마는 2호 3호 터널 어쩌고 하는 이야기에 얼굴이 불그레해지면서 하는 말인즉 "나 참 기가 막혀서… 1호 터널에서도 시동 안 꺼지고 잘 나가는 뉴그랜저 하나 구했다고 해라".

자고로 부부간의 言爭(언쟁)과 情爭(정쟁)은 늘 이렇게 남자 쪽의 패배로 끝나기가 일쑤다. 부부간의 房事(방사)란 쌍방이 모두 주체도 될 수 있고 객체도 될 수 있지만, 칼자루를 쥔 편은 늘 아내이고 남편은 칼끝에서 노는 광대인 경우가 많다.

남성도 남성 나름이기 때문이다. 돈 잘 버는 남자가 있고, 힘이 센 남자도 있다. 그래서 여인네의 넋두리를 들어보면 그 집 남자의 身上情況(신상정황)을 훤히 알 수 있다.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는 소리가 나오면 남자가 돈도 못 벌고 밤일도 시원찮다는 뜻이다. 그런데 "밥만 먹고 사나?"라고 대들면 돈은 잘 버는데 밤일이 영 미진하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아이고! 이 짐승아"라고 하면 경제적으로는 무능한 주제에 밤마다 귀찮게 한다는 뜻이고, "그래! 니 잘났다"고 하면 돈도 잘 벌고 밤일도 능숙하니 할 말이 없다는 즐거운 비명이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

하긴 고추(남성)도 할 말이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돈 벌고 있는 힘을 다 쓰면서 왜 형편없는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고추의 항변을 들어본다.

▷늘 어둡고 깊고 습한 곳에서 작업을 한다 ▷주말도 휴일도 명절도 없다 ▷시도 때도 없지만 주로 야간작업이 많다 ▷거의가 강제 근로다 ▷작업 후 잔무도 만만찮다 ▷웬만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과로사해도 산재 혜택은커녕 웃음거리만 된다.

그러나 사용자 쪽(여성)이라고 할 말이 없을까. 처우 개선을 해줄 수 없는 입장은 이렇다. ▷8시간 근로규칙을 지킨 적이 없다 ▷대부분 제때 작업을 하지 못한다 ▷사용자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잠시만 일하고 나면 보란듯이 고꾸라진다 ▷단순반복 작업으로 언제나 대체인력이 가능하다 ▷일도 시원찮은 주제에 툭하면 작업장을 옮길 생각만 한다.

그 말도 듣고 보니 그렇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칼로 물 베기'라고 하는 것이다. 夫婦相殘(부부상잔)은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이겨도 지는 것이고,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따끈따끈한 Y담도 나왔는가 보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그만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손으로 아내의 뺨을 한 대 때리고 말았다. 아무리 술김이라지만 어여쁜 아내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대문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자니 후회막급이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남편은 '미안하다'는 말 대신 한쪽 다리를 아내의 배 위에 슬쩍 올렸다. 그러자 "아까 폭력을 쓴 발이네"라며 휙 뿌리치는 것이었다. 무안해진 남편은 이번에는 한쪽 손을 슬그머니 올려보았다.

아내는 더 화를 내며 "조금 전에 나를 때린 손이네" 하면서 아예 돌아누워 버렸다. 그 사이에 눈치도 염치도 없는 거시기가 그만 아내의 엉덩이에 닿고 말았다. 그러자 아내가 되돌아 누우면서 하는 말이 "하기사, 니가 무슨 죄가 있노…!" 小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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