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오토바이 이야기 1.

입력 2009-07-10 07:00:00

성형외과 레지던트가 된 지 약 6개월 된 어느 날, 나는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었다. 밤새도록 환자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지, 그것도 입원시켜야 되는 안면골 골절 환자들. X레이 찍고 필름 챙기며 꼬박 밤을 새웠다. 새벽 5시부터 시작해야 하는 화상 드레싱은 하나도 못하고 아침 회진을 시작하는 병동으로 인턴 선생과 필름 한 아름씩 안고는 헐레벌떡 달려갔다. 선배님들은 밤에 일어난 사정도 모르고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나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빨리 응급 환자들을 상황을 보고하란다. 환자 필름을 걸어놓고, 보고하고 있는 중에 저 멀리 복도 끝에 과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먼저 발견한 선배님께서 우리에게 나지막이 알려줬고, 우리는 바짝 긴장을 한다. 일단 복장을 고친다. 의국장은 보고를 빨리 끝내고 회진을 떠나자고 다그친다. 그 당시 과장님은 성형외과 책을 집필 중이시라 지식이 충만한 상태이셨고, 항시 대회진이 아니더라도 제자들이 눈에 띄면 오셔서 가르침을 주시려고 하는데, 우리는 그게 더 괴롭다. 제~발 오늘은 그냥 스쳐 지나가 주시길 바라고 있는데, 과장님은 우리에게로 점점 다가오시고 계셨다.

"어제 당직이 누군가?" "예, 닥터 리 입니다." "그래 닥터 리. 케이스 하나 프레젠테이션 해봐." "예~~" 무얼 고르나 하다가 비교적 쉽고, 치료 방향도 명확한 '관골궁 골절' 환자를 골랐다. 인디케이터를 쭉 펼치고, 헛기침도 한 번 하고 보고를 시작한다. 그런데 과장님께 하는 보고 요령은 항상 6하 원칙에 맞춰서 해야 한다. 그리고 발표 중간마다 과장님 얼굴을 한 번씩 힐끔힐끔 봐야 한다. 중간에 틀린 게 있으면 발표를 멈춰야 하는데, 자신이 틀린 것도 모르고 계속 진행하면 더 혼이 난다.

"18세 남자 환자입니다.(힐끔) 어제 밤 10시 30분경,(힐끔) 만평네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그 순간 과장님은 눈을 감으시고, 다른 선배들은 모두 고개를 떨궜다. 과장님이 두 눈을 굳게 감으시고 화를 참으시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큰일 났다! 무언가 내 말 중에 틀린 게 있는데 무엇이 틀린 걸까? '오토바이 악센트가 틀렸나?' 그래서 나는 '바이'에 힘을 줘서 다시 말했다. "오토…바~~이."

과장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의국장에게 말했다. "자네는 닥터 리에게 6개월 동안 무얼 가르쳤나!" 그리고는 휑하니 과장님은 돌아 나가 버리시고, 의국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지 씩씩거린다. "형님! 제가 뭐가 틀렸나요?" 그 순간 갑자기 별이 보이면서 머리에 번개가 쳤다.

그리고 내 귀에 아련히 들리는 말, "야, 임마! 오토바이가 아니고 "모~러 사이클이야!!!"

이영주. 요셉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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