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1시쯤 대구 수성구 수성동4가 동신교~수성교 사이 신천 징검다리 설치 공사 현장. 전날 종일 내린 비로 흙탕물이 된 신천 한가운데에서 굴착기 한대가 어지럽게 뒹굴고 있는 흰 돌을 부지런히 실어나르고 있었다. 이 돌은 신천에 놓을 징검다리로 쓰기 위해 미리 가져다둔 대리석들. 전날 내린 비로 불어난 물에 무게 1t이 넘는 돌들이 쓸려내려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돌만 떠내려간 게 아니었다. 계단 공사를 위해 블록을 해체해 놓은 호안은 비가 조금만 더 오면 완전히 쓸려갈 듯 위태로워보였다. 한 인부는 "전날 내린 비로 물을 막기 위해 임시로 쳐놓은 물막이 시설이 고스란히 떠내려가 버렸다"며 "비가 계속 온다는데 앞으로 공사가 큰 일"이라고 혀를 찼다.
대구 수성구청은 예산 2억8천만원을 투입, 지난 5월부터 이곳에서 '수성교 하류 징검다리 설치공사'를 시작해 오는 9월쯤 준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곳을 자주 지나다니는 주민들은 "청개구리도 아니고, 장마철에 징검다리 공사를 벌여 애꿎은 돈만 쓰는 게 아니냐"며 고개를 저었다.
평소 공사를 유심히 지켜봤다는 주민 이홍식(64)씨는 "어제 비가 많이 와서 걱정돼 나와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물이 불어나고 유속까지 빨라져 공사해 놓은 게 상당 부분 헛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천에 운동하러 나왔다는 김모(57)씨는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징검다리 공사가 힘든 게 당연한데 도대체 왜 공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장마철이 되기 전에 징검다리 설치 작업을 끝내려고 계획을 세웠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공기를 맞추지 못했다"며 "전날도 장맛비에 갑자기 유량이 늘면서 물막이 시설이 떠내려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공사에 큰 지장을 줄 만한 피해는 아니며, 앞으로는 빗물에 유실될 시설물이 없는 만큼 더 이상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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