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3 특집] "신문배달, 제겐 당당한 직업이죠"…김영남 씨

입력 2009-07-07 09:46:22

김영남씨 남성서지국
김영남씨 남성서지국

"제게 신문 배달은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닙니다. 당당한 직업이죠."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곡동 매일신문 남성서지국. 요란한 오토바이 배기음이 잦아들기도 전에 김영남(27·사진)씨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들어섰다. 배달과 수금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주부들이 대부분인 요즘 신문배달원들 사이에 보기 드문 20대 '꽃미남'이다.

김씨는 경력 10년째인 베테랑 배달원이다. 그가 신문 배달에 뛰어든 건 고교 2학년 때인 1999년 9월. 신문을 돌리던 친구를 따라 왔다가 얼떨결에 신문을 돌리기 시작했다.

"장바구니 수레에 신문 60부를 싣고 2시간 넘게 걸어다니며 배달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신문 배달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죠."

군대 문제로 한 달가량 쉰 것 외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신문 배달을 멈춘 적이 없다.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배달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 3년 전 어느 여름날,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하다 승용차에 부딪혀 허리를 다쳤을 때도 김씨는 배달을 쉬지 않았다. "신문을 기다리고 있던 독자들이 건네는 '수고했어요' 한마디에 힘이 솟더라고요."

신문 배달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일해야 한다. 전단지 운반과 삽지, 배달, 수금까지 그의 몫이다. 매일 김씨가 배달하는 신문은 240여부로, 배달에만 하루 4시간 정도 걸리는 고된 작업이다. 오토바이 손잡이에 걸린 고무 밴드에 신문을 묶고 한 번에 빼서 던지다 보면 팔이 욱신거릴 정도.

10년이 됐지만 그의 배달 속도는 남들보다 빠르지 않다. 한부의 신문도 허투루 던지지 않고 꾸벅 인사를 하고 들어가 직접 독자 손에 쥐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탓이다. 그런 김씨의 친절에 반한 독자들도 많다.

"예전에는 명절에 선물 주시는 분들도 꽤 있었어요. 살기가 팍팍해져서인지 그런 분들은 많이 줄었지만 '수박 한 덩어리라도 먹고 가라'며 손을 잡아끄는 분은 여전히 많아요."

김씨는 신문 읽기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신문은 지역 소식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정보가 빠르고 상식이 풍부한 '소식통'으로 불린다고 했다.

남성서지국장 전진옥(54)씨는 "김씨가 워낙 친절하고 착실해 신문을 끊고 싶어도 김씨 때문에 계속 구독한다는 독자들이 적잖다"고 귀띔했다.

김씨가 신문배달로 버는 한달 수입은 60만원 남짓이다. 일부는 가족들의 생활비에 보태고 나머지는 꼬박꼬박 저축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김씨가 10년 간 신문배달을 하며 모은 돈은 3천만원이 넘는다. "결혼할 때까지는 계속 신문 배달을 하고 싶어요. 모아둔 돈이요? 장가 밑천으로 써야죠. 하하하."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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