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하의 골프 즐겨찾기] OK 하고 가시죠

입력 2009-07-03 08:17:54

얼마전에 끝난 모 대학교 골프 대회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한 고등학교 선배는 이븐파를 칠 정도로 골프 실력이 출중하다. 대구 근교의 D골프장에서 200여명이 참가, 시합은 성황을 이루었다. 전반 8번홀 그린에 다다라 선수 모두 1m짜리 파퍼팅을 남기고 있을때 갑자기 골프 도우미가 'OK하고 가시죠' 하며 볼을 집어드는 것이 아닌가? 선배는 이마를 찌푸리면서 진행이 많이 늦나 싶어 9번홀로 이동했다. 티샷을 하고 두번 째 샷으로 그린에 올려 파퍼팅을 남기고 있는데 또 골프 도우미가 저번 홀처럼 볼을 집어들면서 'OK하고 가시죠' 라며 후반 홀로 가는 것이 아닌가. 진행이 늦어지면 도우미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알기에 선배는 화를 꾹 참고 따라갔다. 그런데 후반 홀로 갔는데 카트가 7대가 밀려 있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선배는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이는 직원들이 진행에만 신경 썼지, 고객들의 플레이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도우미에게 물으니 회사 방침이 그렇다고 해서 본인은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경기 과장을 불러 따지니 그도 상부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며 변명만 늘어놓았다.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직원들에게 시키는 것이다. 카트 7대가 빠지려면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초보자들은 잘 모르지만 중·상급자들은 스윙 리듬이 다 망가지고 몸에 땀이 식어 좋은 플레이를 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하면 하루 입장 수입은 조금 더 올라올 것이다. 그러나 고객들은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형편없는 대접을 받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이 골프장만의 일이 아니다.

지역에서는 영천의 O골프장 빼고는 다 이런 형태의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얼마 전에 주인이 바뀐 청도의 모 골프장은 평일 오후 라운드 시간이 6시간 이상 걸리고 있다. 수억원을 주고 회원권을 구입한 회원들이 속이 터져 사주한테 따지니 회원권을 팔고 나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위와 같은 일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은 그나마 신설 골프장이 조금씩 생겨서 경쟁을 하는 상태라 서비스 질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서비스 수준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 서비스업에는 영원한 단골이 없다. 고객에게 무한 감동을 주고 한없는 친절을 배푸는 곳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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