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소통의 장 달라" vs 중구청 "사전승인 받아야"

입력 2009-07-02 10:11:40

대백앞 야외무대 활용놓고 공방

대구 중구청과 시민단체 간에 집회개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대구 동성로 야외무대. 1일 오후 시민들이 야외무대 부근을 걷고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중구청과 시민단체 간에 집회개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대구 동성로 야외무대. 1일 오후 시민들이 야외무대 부근을 걷고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공연예술만 문화일까? 사람이 모여 함께 소통하는 모든 행위가 문화일까?

지난 5월 설치된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 동성로 야외무대의 활용 여부를 둘러싸고 지자체와 시민단체 간 논란이 뜨겁다. 대구 중구청이 지난달 10일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의 야외무대를 '문화·예술 공연시설'로 규정하고 해당 목적에 한해서만 사용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칙 제정을 예고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북진보연대와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등 지역 18개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고 "중구청이 동성로 야외무대를 문화·예술 용도로 제한해 집회·결사 목적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반민주적 처사"라며 "시민·사회의 모든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은 "공연 행사가 없을 때는 집회나 휴식 등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막을 이유가 없다"며 "다만 동성로 야외무대는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를 두고 예산을 받아 설치된 시설이어서 공연행사에 최우선을 두자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시민단체들은 집회를 막지 않겠다는 중구청의 방침에 다행스러워 하면서도 이를 명문화해야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오해와 분쟁의 소지를 막을 수 있다며 규칙의 표현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은 "현재는 규정의 유연한 적용을 이야기하지만 언제든지 주관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남아 있다"며 "규정 자체를 바꿔 명문화해야 실효성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행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문화·예술 공연시설이라는 표현을 '시민의 다양한 의사표현 및 행사를 위한 공익시설'로 바꿀 것을 중구청에 제안해 놓은 상태다.

대구 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현재 동성로 야외무대 자리는 1980년대부터 30여년 동안 대구 시민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온 역사적 장소로 일부에서는 '민주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며 "집회 역시 문화의 한 형태인데 공연행사에 후순위로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은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가 공연을 가로막고 집회를 할 리는 없지만, 공연이 없는 날에 한해서만 집회를 허락한다는 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구청 관계자는 "규칙의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달 30일로 끝남에 따라 이달 중 재심의를 열어 시민단체 등에 의해 제기된 이의에 대해 일부 조정이 필요한 사항은 협의 후 규칙을 발령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성로 상설야외무대는 중구청이 대구백화점 앞 분수대를 철거하고 지난 2007년 1월부터 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무대와 조명, 음향시설을 갖췄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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