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턴족''방콕족''알뜰족'…짠돌이표 휴가 모드

입력 2009-07-02 10:36:18

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는 불경기로 얇아진 지갑에 물가상승까지 겹쳐 시민들의 고민이 크다. 해외에서 국내로 휴가지를 유턴하거나 아예 휴가 계획을 취소한 '짠물' 휴가족이 부쩍 늘었다. 성수기를 피해 8월 중순 이후로 휴가일정을 잡는 경우도 많아졌다.

◆올 휴가는 조용히=김승찬(43·대구 달서구 이곡동)씨는 동남아 여름 휴가를 계획했다가 부인에게 면박을 당했다. 김씨는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거창한 휴가계획을 세웠지만 가계 형편도 모른다며 질책을 받은 뒤 가까운 곳에 다녀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34)씨는 "예전엔 아이들 방학에 맞춰 7월 말과 8월 초에 휴가 가려고 회사 동료와 경쟁을 벌였으나 올해는 8월 중순 이후의 비성수기 휴가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112.7(2005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109.7)에 비해 2.7%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10.8% 올랐고, 식료품비도 11%나 뛰었다. 더욱이 휴가철인 7, 8월의 물가는 더 뛸 것으로 보여 가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의 피서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부산지역의 지난해 7월 숙박료는 한 달 전 6월에 비해 14.3% 상승했고 전국 숙박료도 1.5% 올랐다. 렌터카 이용료도 지난해 6월 0%에서 7월에는 5.3%로 뛰었다. 반면 올해 1/4분기 가구(2인 이상)당 가계 소득은 347만6천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외여행은 다음으로=1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민원실의 여권발급 창구. 예년 같으면 여권신청자들로 한창 붐빌 때이지만 한산했다. 한 공무원은 "경기침체에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플루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6월 한 달 동안 대구시와 각 구청에 들어온 여권발급 신청 건수는 9천6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천840건에 크게 못 미쳤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무비자여행이 가능해졌는데도 여권발급이 줄었다"고 말했다.

휴가철에 맞춰 각종 해외상품을 준비한 여행사들은 예약이 줄면서 찬바람을 맞고 있다. 지역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유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떨어졌는데도 지난 5월 상위 20개 여행사의 항공티켓 발권이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며 "신종플루 감염우려로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의 예약률도 감소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대신 국내 유명 자연휴양림은 7월 중순 이후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로 일찌감치 예약이 동났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관계자는 "하루 방값이 5만~10만원 정도로 싼 편이어서 전국휴양림의 여름휴가시즌 예약이 마감됐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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