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7일까지는 제14회 여성주간이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다. 수많은 '매 맞는 여성'이 보호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가정폭력에 우는 여성들=30일 오후 찾은 (사)대구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 쉼터. 120여㎡(38평)의 공간은 11명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피난처였다. 남편의 손찌검에 육체적·정신적으로 상처 입은 이들은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자립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박모(32·여)씨의 사연은 가정폭력의 실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연애 시절 자상했던 남편은 지난해 초 동거 직후부터 술만 마시면 손찌검을 했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던 남편은 이내 박씨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고, 이어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등 폭력이 심해졌다. 임신한 박씨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기까지 했다.
지난달 말 갈비뼈 등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던 박씨는 결국 남편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박씨는 7개월 된 아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참아 보려 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남편 손에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제가 비극의 주인공이 될 줄 정말 몰랐어요. 남편과 함께한 1년6개월 동안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이영숙 쉼터 시설장은 "가정폭력은 박씨처럼 초기 폭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상황이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어떠한 형태의 폭력이라도 처음부터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폭력은 직업이나 교육 정도에 상관없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문직 남편에게 15년간 폭력에 시달려온 40대 가정주부가 구제를 요청했다. 얼마 전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찾아온 피해자도 있었다.
◆숙지지 않는 가정폭력=가정폭력상담소 통계를 보면 우리 사회에 매 맞는 아내는 여전히 많다. 지난해 대구에 접수된 가정폭력 피해 상담은 2천583건. 2007년의 1천283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영남가정폭력상담소 박경규 소장은 "지속적인 홍보로 매 맞는 아내들의 상담이 늘고 있다"고 했다.
관련 법률(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정비로 피해여성들에게 구제의 길은 열렸지만 과제는 여전하다. 상담시설은 많지만 피해자를 수용할 쉼터시설은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이영주 소장은 "현재 쉼터는 지역마다 2, 3곳 정도로 턱없이 적다"며 "쉼터에 도움을 요청한 여성을 수용하지 못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주간이라지만 아직까지 기념식, 토론회를 여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양성 평등 실현을 위해 가정폭력 피해자 수용시설이나 프로그램 확충 등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여성주간
1995년 12월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지정됐다. 1996년 7월 1일부터 여성발전기본법 시행령을 기념해 매년 7월 1일부터 7일까지가 여성주간이다. 1999년 7월 1일부터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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