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25] 가미사마(神樣)

입력 2009-07-01 06:00:00

흔히 신(神)이라고 하면 한국사람들은 전지전능한 유일신을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의 신은 그렇지가 않다. 전국에 수십만 개나 되는 신사에 모시는 신들은 그 영역에 따라 제각각의 다른 구실을 하고 있다. 공부 잘하게 하는 학문의 신, 배필을 잘 찾게 하는 연분의 신, 돈을 잘 벌게 하는 칠복신, 화재예방의 신, 뱃길 수호신, 풍년이 되게 하는 신 등등 아주 많은데, 그래서 일본인들은 이를 '요로즈노가미'(よろずの神) 즉 '많은 신들'이라고 한다.

'요로즈'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만(万)의 어린아이식 표현'이라고 되어 있는데, '요로즈야'(万屋)하면, '만물상'이란 뜻이다. '요로즈'(よろず)라는 말은 한국어의 '여럿'이란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럿' 즉 '많다'라는 의미이다.

어쨌든 일본의 신들은 인간세계의 직업만큼 세분화되어있고, 그 역할 또한 다양하다. 그런데 이 신들 중에도 대왕신이 있는데, 그 신을 '스사노오노미고도'(素盞鳴尊)라고 하며, 신라에서 왔다고 하여 '신라신'이라고도 한다. 시마네(島根)현의 이즈모대사(出雲大社)가 그 신을 모신 곳으로, 음력 10월에는 일본 전국의 신들이 이곳에 모여 회의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은 음력 10월을 '간나즈키'(神無月) 즉, '신이 없는 달'이라고 한다. 따라서 음력 10월에 신사에 가서 기원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村八部)로 취급받는다

사서를 보면 '매년 음력 10월에는 일본의 신들이 신라신들을 초빙하여 회의도 하고 가무도 즐겼다'고 하는데, 매년 음력 10월이 되면 편서풍이 불어 신라에서 배를 띄워 1주일이면 이곳 시마네현 앞바다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신들은 추수가 끝난 이 시기에 한국 신들을 초청해 함께 즐기며 교류하였던 게 아닌가 한다. 그리고 '신'을 '가미'(神)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 신화의 '곰'에서 유래된 것으로 '곰⇒감⇒가미'로 변화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고대로부터 신목을 '감나무'라고 하여, 옛날에는 시골에 가면 감나무에 새끼줄을 동여매고 시루떡을 해놓고 비는 풍경이 곧잘 눈에 띄었는데, 이 감나무에서 전이된 것이 일본의 '감나비'(神奈備)로, 이는 '신령이 깃든 산이나 숲'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일본의 신사의 신들을 조사해 보고 깜짝 놀란 일인데, 이들은 모두 족보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고향이 가야, 신라, 백제, 고구려로 하나같이 고대 한국이라는 것이다. 어째서 일본인들은 우리 조상들을 자신들의 신으로 모셔놓고 제사지내고 떠받드는 것일까? 이 점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하고 싶다.

경일대 총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