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언덕에 구름 피어난다 말뚝에 매인 염소들, 날마다 똑같은 축을 물고 맴, 맴, 맴 돈다 반경 내의 풀들은 키가 작다 정장을 한 염소, 수염을 기른 흑염소들이 뿔로 둥근 대기를 긁는다 파랗게 돋아나는 악보, 풀을 뜯는다 풀 향기 맡으며 메~ ~ ~ ~ ~ ~, 턴테이블 위 여러 장의 음반, 염소들은 바람을 베끼고 구름을 슬쩍 훔치고 땅을 긁어 오물오물 대기와 대지를 믹싱한다 전혀 딴판인 음악을 리믹스한다 염소들의 영혼이 담긴 메~ 에~ ~ ~ ~ ~ ~ ~, 메~ 에~ ~ ~ ~ ~ ~ ~, 언덕을 날아다니는 염소들의 랩, 기절할 듯 열광하며 몸을 눕히는 잡초, 리더 보컬은 연방 음표같이 까맣고 동글동글한 똥을 눈다 골짜기엔 염소탕으로 보신한 중년의 남녀들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 피둥피둥한 몸뚱이를 흔들어댄다 저들 몸속에서 쿵, 쿵, 되울리는 음악, 경사진 언덕 검은 디, 디, 디제이들, 레, 레, 레코드판이 미, 미, 밀리고 당기고, 뭉게, 뭉게, 뭉게구름 위로 퍼져가는, 메~ 에~ 에~ ~ ~ ~ ~, 메~ 에~ 에~ ~ ~ ~ ~
내가 가진 턴테이블은 빈티지이다. 저 유명한 이엠티의 롱암에 60년 전의 포노필름 카트리지를 장착했다. 가끔 스테레오도 듣지만 내가 즐기는 것은 모노음반이다. 스피커 하나에서 나오는 모노의 굵고 진한 소리는 대화체여서 좋다. 스테레오에서 모노로 바꿀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역시 카트리지를 제대로 장착하는 방법이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서투르다. 특히 침압이 제대로 조정 안 되면 소리는 어색하다. 서영처의 염소 기르기도 섬세한 턴테이블의 음악이다. 말뚝에 매어놓은 염소들은 말뚝을 중심으로 턴테이블의 12인치 반경만큼 동심원을 그리면서 염소모음곡을 들려준다. 랩과 보컬의 음악인데 그걸 즐기는 것은 들과 염소 자신을 포함한 그 주변의 풍경과 사물들이다. 하지만 정작 음악은 성과 속을 들락거리니, 언덕 아래 골짜기에는 염소 음악을 즐기는 중년의 남녀들로 북적거린다. 그게 단조와 장조의 차이일까. 이건 중얼거려야 하는 랩이 분명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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