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 공존과 위기 고조는 한미 관계, 북미 관계, 남북 관계 등 3면 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아 왔다. 한미 관계는 대북압박과 제재에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전략적 동맹의 확대를 펼치고 있다. 탈냉전시대에 한미 공조가 대북 설득에 무게 중심이 있음을 감안할 때 우려되는 측면이 아닐 수 없다. 핵문제와 관련한 최고지도자의 언행에 모순점이 발견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체코의 프라하에서 '핵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였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명문화된 핵우산론은 '핵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북한의 핵억제력 강화의 정당성을 부여하였음을 피할 수 없다.
북미관계도 강 대 강의 맞대응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 1874호의 이행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범정부적 차원의 이행점검 팀도 구성하였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돈세탁을 비롯한 금융제재를 점검하고 있다. BDA(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상기해볼 때 문제 해결의 심각성이 우려된다. 국방부는 미사일 부품을 싣고 남포에서 미얀마 행으로 추정되는 북한선박 강남1호를 추적하고 있다. 하와이에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PSI) 팀이 명령을 대기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북한과 시리아 간 핵 커넥션 의혹처럼 북한과 미얀마 간 미사일 커넥션 의혹의 확산을 예고한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1874호의 이행점검도 중요하지만 북한에 억류 중인 두 명의 여기자 석방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여기자 억류건은 인도적 사안이고 1874호는 정치적 사안임을 분명히 한다. 분리전략을 예고한다. 인도적 사안은 북한의 선처를 기대하고 정치적 사안은 압박·제재를 통한 북한의 굴복을 강요한다. 북한은 인도적 사안과 정치적 사안을 연계한다. 경험적 사례에 비춰 보면 대화를 통한 해결은 모든 사안과 연계된다. 미국은 여론을 중시하는 사회이다. 대화를 통한 여기자 억류건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북특사를 통한 억류 여기자의 동행·귀환이 이루어지면 정치적 사안에 대한 북미 간의 대화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듯하다.
남북관계는 대립 속에서 실무차원의 당국 간 접촉은 이루어지고 있다. 남한은 북한의 핵실험에 PSI의 전면참여로 대응하였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안 1874호의 채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1874호에 개성공단을 포함시키지 않는 지혜를 발휘하였다. 19일 제3차 개성 접촉에서 북측은 토지임대료 5억달러에 대한 당국 간 합의문 체결을 요구하였다. 토지사용료는 평당 5~10달러로 계산하여 내년 5월부터 징수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문제도 조업시작 6년 동안 면세와 그 이후 2년 동안 50% 감세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억류된 유씨 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를 연계하여 유씨 문제를 최우선 해결과제로 제시하였다. 북측은 불연계하에서 유씨 문제를 남북 간 체류합의서 10조 2항에 따라 조사·처리할 것임을 시사하였다. 제4차 개성 접촉을 전후하여 유씨 문제의 경과에 대하여 북한의 공식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 차례의 개성 접촉에서 북측의 의도가 조금씩 드러나는 듯하다. 북측은 개성공단을 대남압박의 수단화로 이용하는 듯하다. 북미 간 대화복원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의 의도도 있는 듯하다. 미국은 10월을 전후하여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한 중동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결이든 군사적 행동이든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군사적 행동의 결단이라면 북미 간에는 대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도 10월 10일 당 창건일을 전후하여 강경노선을 지속하든지 대화로 전환하든지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불확실한 건강문제로 김정운으로의 후계구도는 조급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통성 확보 차원에서 9월 하순경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후계 내정을 공식화할 수 있다. 10월 6일을 전후하여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에 참석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에서 김 위원장과 후계 내정자가 함께 외교무대에 등장할 수도 있다. 10월 10일 당 창건일에는 후계자에 대한 업적 찬양과 함께 후계자의 초상화, 후계자에 대한 당의 공식 칭호가 발표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상 시나리오대로 이어진다면 북미 간 대화복원의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평화공존의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남한은 북한의 굴복을 통한 평화공존인지 대화를 통한 평화선호인지 불명확하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 압박은 압박을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것을 잘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선 남북대화, 후 북미대화의 진행이 북한의 비핵화에 우리의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한반도문제의 당사자로서 주도적인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양무진(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