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공무원 향한 쓴소리'(본지 6월 11일자) 칼럼을 보고 상당수 독자들이 신문사로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왔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구시 공무원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더 따끔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얘기가 쏟아졌다. 한 공무원은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질시하는 대구시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18년가량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들이 대구시 공무원이었다. 대구 발전을 위해 몸을 던져 일하는 공무원들도 봤지만 대충대충 하루를 때우며 閑良(한량)처럼 놀고먹는 부류도 상당수였다. 출근해서 일은 제쳐 놓고 점심으로 뭘 먹을까, 저녁에 누구와 술을 마실까 하는 고민만을 하다 퇴근하는 공무원을 볼 때면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경기도 파주에 있는 LG필립스LCD(지금의 LG디스플레이)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7세대 공장을 구미에 짓지 않고 파주에 세워 지역 여론이 들끓을 무렵이었다. 점심을 같이한 이 회사의 간부가 했던 말이 뇌리에 생생하다. "겨울에 터파기 공사를 하는데 경기도와 파주시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 땅이 얼지 않도록 거적을 깔아 주더군요. 공무원이라고 하면 어렵게만 여겼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기업을 위해 배려해 주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이 회사가 공장 입지를 파주로 결정한 데엔 파주시 한 공무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LG의 동업자였던 필립스는 비싼 땅값과 고임금 탓에 한국이 아닌 중국이나 베트남에 공장을 세울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파주에 대해 물어볼 게 있었던 필립스 임원이 밤에 파주시청에 전화를 했다. 숙직 근무를 하던 한 공무원이 전화로 상세하게 설명한 것은 물론 자료를 갖고 달려와 브리핑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 임원은 "이런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곳이라면 공장을 짓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며 파주行(행)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공무원을 두고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란 비유가 있다. 정부 정책이나 단체장의 지시에 대해 마냥 예스라고 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영혼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꼭 하고 싶다. "나는 물론 내 자식의 삶의 터전인 대구 발전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굳건한 마인드를 가져달라는 말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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