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대구시교육청 문예창작영재교육원 학생들

입력 2009-06-26 06:00:00

"대구 문단을 책임질 문학 청소년들"

특별초대강사인 송수권 시인과 함께 기념촬영에 임하는 문예창작영재교육원 학생들
특별초대강사인 송수권 시인과 함께 기념촬영에 임하는 문예창작영재교육원 학생들

- 반성을 통한 글쓰기교육, 그 사적인 열정과 공적인 관심이 아름다운 이유 -

20일 토요일 오후. 장맛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 중구 동산동에 위치한 신명고등학교 휘경도서관은 앳된 얼굴의 학생들로 가득했다. 도서관 회의실을 가득 메운 이들은 대구시교육청 문예창작영재교육원에서 문학창작교육을 받는 고등부 학생들. 학기 초 1차 서류전형과 2차 문예창작 전문가와의 면접전형을 거쳐 선발된 이들은 미래에 대구문단을 책임질 문학 청소년들인 셈이다.

이날은 특히 특별강사로 초청된 송수권 시인의 특강이 있던 터라 열기는 더욱 더 후끈했다. 기성시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관심과 열정은 마치 유명입시학원의 강의실을 방불케 했다. 2시간 남짓 특강이 끝나자, 대구여고 이난희 학생은, "사실 글 쓰는 욕심보다 앞섰던 게 입시의 위상이었어요. 그렇기에 몇 번 빠지기도 했었는데 외부 초청자 강연이란 말에 솔깃해서 예정되었던 수학 수업을 빼먹고 부랴부랴 신명고로 왔어요. 강의를 들어보니 참 잘 온 것 같아요. 송수권 시인도 실제로 보고. 이번 6월 모의고사에 송 시인의 '산문에 기대어'가 나왔거든요"하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기념사진 촬영시간을 틈타 이곳 지도강사인 엄창석 작가에게 학생들의 수준을 물어봤다. 그는 "학생들의 창작능력은 우수합니다. 몇몇 학생들의 경우에는 작가로서의 대성을 기대할 만한 정도죠. 하지만 작가의 길이란 게 운명적인 것이어서 굳이 그 길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학업에 대한 충고를 더 많이 하는 편이죠. 학업 역시 문학 못지않게 중요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이 자리를 기획한 한원경 장학관은 "대구시 각급 학교에서 독서교육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반면 직접 작가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창작교육은 소홀한 게 사실입니다. 학생들이 단지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이야기를 창조해 봄으로써 작가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게 보다 질적으로 완성된 문학교육이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모든 가치들이 물질화, 개인화, 파편화되어가고 있다. 신체를 에워싼 물질의 명성과 주거의 가치에 따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형성되고 있다는 우울한 보도를 가끔 접하곤 한다. 이러한 물질만능주의에 맞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그 반성의 흔적을 글로 남기려는 유의미한 행위와 그러한 행위를 체계화 보편화시키려는 공적인 관심과 노력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듯했다.

글·사진 우광훈 시민기자 ilbana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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