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점을 30만원에 사가세요"
"최근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다녀갑니다. 그림을 즐기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한 점쯤 가지고픈 마음이 들게 마련이죠. 하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몇 차례 전시장에 와서도 그저 머뭇거리고 돌아서는 미술 애호가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번에 파격적인 전시회를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대구시 수성구 매호동에 자리잡은 주노아트갤러리는 25일부터 7월24일까지 '시지에 그림 꽃 피다'전을 연다. 부제는 '그림 1점 30만원'전. 지역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펴고 있는 신진 작가와 중견 작가 24명이 참여한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만 무려 120여점. 평균 5~6호 정도의 소품으로 구성돼 있다. 참여 작품의 호당 평균 가격은 20만원. 때문에 시중 가격보다 3분의 1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특히 일부 중견 작가 작품은 호당 가격이 30만원선에 이르기 때문에 가격 차이는 훨씬 커진다.
주노아트갤러리 허두환 관장은 "액자 가격만 작품당 5만~10만원에 이른다"며 "때문에 작품 가격과 액자 비용을 합치면 한 점에 30만원씩 판매해도 갤러리 입장에서는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워낙에 '헐값'에 판매하기 때문에 작품을 모으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일반 화랑이나 전시회를 통해 판매되는 적정 가격이 있다보니 행여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원치 않은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
"대구 도심이 아닌 수성구 시지에서도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림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대상임을 알리고 싶다는 전시회 취지도 설명했죠. 다행스럽게 이런 뜻에 공감한 작가들이 많아서 작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문화의 씨앗을 틔우려는 뜻에 공감한 작가들의 기증 덕분에 전시가 이뤄진 셈입니다."
허 관장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주노아트갤러리를 '문화사랑방'으로 재창조할 계획이다. 주부들이 편하게 장바구니를 들고 찾아와 그림을 감상하고, 미술 관련 서적도 마음껏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다는 것. 이를 위해 현재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 있는 주노아트 소장 서적들을 단계적으로 시지 주노아트갤러리로 옮길 계획이다. "차와 음료수도 제공하면서 입장료 1천원을 받을 생각입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보다 쾌적하게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그림만 보러 오실 경우 입장료는 안 받습니다." 주노아트갤러리는 지하철 2호선 신매역 6번 출구로 나와서 누리타운상가로 가면 만날 수 있다. 053)794-3217.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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