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윤달]'귀신 없는 달' 맞아 묘 이장'수의 마련 분주

입력 2009-06-25 14:24:58

'귀신들의 휴가'인 윤달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올해 음력 5월(양력 6월 23일~7월 21일)은 윤년에 드는 달로, 달력의 계절과 실제 계절의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1년 중 달수가 여느 해보다 많은 달을 이른다.

13번째 달에 해당하는 윤달은 예로부터 신으로부터 인간의 행동이 자유로운 달로 알려졌다. 윤달은 '썩은 달'이라고 해 '하늘과 땅의 귀신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 그때는 불경스러운 행동도 귀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상들은 윤달에 이장, 묘지 단장, 수의 마련 등을 하면 집안이 평온하고 자손이 번창한다고 믿어왔다.

#화장 후 납골당 안치 문의 많아

실제로 이장 업체에는 묘 이장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이장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윤달 이장 상담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묘 이장보다는 아예 조상을 납골당에 모시기 위한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

희실동양학연구소 하국근 소장은 "산소가 멀고 관리가 힘들다 보니 화장을 하기 위해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보통 산소는 '동티가 난다'고 잘 건드리지 않지만 윤달만은 예외"라고 전했다. 집안에 우환이 많은 서민들이 궁여지책으로 묘지를 이장하려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 소장은 "윤달을 앞두고 묘지 이장을 물어보는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서민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안동포 판매 2배 이상 증가

최고급 삼베의 대명사 안동포를 생산하는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도 윤달을 맞아 바쁘다.

동안동농협 임하지점은 윤달을 맞아 안동포 수의 판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동포 수의는 5필 기준(남자 21종, 여자 19종) 6세가 395만원, 7세 455만원, 8세 515만원으로 고가이다. 세(細)란 올의 가늘고 굵음을 뜻하며, 1세는 80가닥의 올을 말한다. 세의 숫자가 높을수록 올이 가늘고 천이 부드럽다. 안동포는 14단계 100회 이상의 수작업을 거쳐 만들어지며 두께가 얇으면서도 질긴 특성 때문에 '이승에서 실컷 못 입어 저승까지 입고 가는 옷'이란 옛말이 있을 정도다.

2006년 윤달에도 안동포 수의 판매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기 때문에 올해 윤달에도 그 정도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동안동농협 임하지점 임분숙 담당자는 "윤달에 주문이 폭주했던 만큼 올해 윤달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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