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역차별' 유탄 맞은 비운의 권재진 서울고검장

입력 2009-06-23 10:14:31

차기 검찰총장에 천성관(52·사시 22회) 서울중앙지검장이 내정된 가운데 인선 과정을 둘러싸고 여러 뒷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워낙에 '깜짝 카드'였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마평에 올랐던 후보들보다 기수가 한참 아래여서 검찰 수뇌부의 대폭 물갈이 등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사 발표 직전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는 권재진(56·사시 20회) 서울고검장이었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천 내정자보다 사법시험 2기수 선배인데다 뛰어난 친화력과 사안의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이 돋보여 차기 총장감으로 계속 꼽혀왔다. 권 고검장의 차기 검찰총장설을 갖고 '4대 권력기관 TK 독식'이란 견제구가 일찌감치 나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인사 발표 몇 시간 전에 검찰 고위 간부들과 모임이 있었는데 권 고검장이 총장에 내정된 것으로 다들 알고 있었다"며 "발표만 앞두고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예상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애초부터 천 내정자를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천 내정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다는 것. 청와대 한 관계자는 "6월 12일쯤 권 고검장과 천 내정자 등 다수의 후보에게 인사검증동의서를 보내 서명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천 내정자가 추천됐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천 내정자가 2006년 울산지검장을 지낼 당시 울산대 총장이던 정정길 대통령실장과의 인연에 따라 정 실장의 추천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실장과 천 내정자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 실장이 취임한 후 천 내정자와 만남은 물론 전화 통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권 고검장이 차기 총장 1순위로 막판까지 거론되다가 최종 낙점을 받지 못한 것은 'TK이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권 고검장이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경북고 후배여서 검찰 핵심이 TK에 너무 쏠린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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