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이 夏至(하지)였다. 낮이 14시간을 넘는 날이다. 가장 짧다는 冬至(동지)보다 5시간이나 더 길다. 그러면서 태양은 가장 높이 뜨고 日射量(일사량)도 가장 많다. 이 즈음이 한여름의 관문같이 여겨져 온 이유다.
하지만 오랜 통례에서 실제 한더위가 닥치는 것은 그러고도 한 달쯤 지나서다. 하지와 거의 같은 날 장마가 찾아오는 덕분이다. 장맛비는 한 달여 지속되면서 평균 350여㎜나 내린다. 한더위가 그만큼 뒤로 밀려나는 셈이다. 그리고 더위는 통상 8월 중순쯤 한풀 꺾이곤 했다. 7월 하순 이후 한 달 정도만 잘 견디면 한여름도 그렁저렁 넘길 수 있었다는 말이다. 초복'중복'말복 三伏(삼복)이 드는 것도 그 기간이다.
그러나 사달이 났다. 그 계절 순환사이클에 고장이 난 듯한 조짐이 짙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 장마기인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 사이 한 달간 대구에는 비가 겨우 네 번밖에 오지 않았다. 6월 20∼21일 15.5㎜, 6월 28∼29일 55㎜, 7월 2∼3일 18㎜, 7월 13∼15일 23.5㎜ 등이다. 다 해야 110㎜ 정도다.
대신 덮친 것은 폭염이었다. 7월 3일 이후 20일까지 하루도 안 빼고 30℃를 웃돌았다. 7일엔 36℃까지 치솟았다. 7월 5일 이후 20일까지 단 사흘을 제외하고는 매일 열대야를 겪었다. 폭염이 예년보다 20여 일이나 빨리 찾아 왔던 것이다.
달라진 것은 그것만도 아니었다. 작년 경우 장마철에 귀하던 비가 8월에 폭우가 돼 쏟아졌다. 대구엔 그 달 12∼16일 사이 5일간 331㎜나 퍼부었다. 재작년에는 한풀 꺾일 시점에 더위가 되레 기세 등등해져 해수욕장 개장과 방학 기간이 연장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작년엔 여름을 끝막음하고 가을을 열어주는 태풍조차 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게 모두 그런 사달 탓이다.
올해도 하지를 기점으로 장마가 시작됐다. 대구에선 20∼22일 사이 85㎜나 되는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 지난 5월 21일 67㎜가 내린 후 사실상 한 달 만의 일이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경북 남부 이하 지역에만 그랬을 뿐 북부 쪽은 거의 마른하늘이었다. 그리고 이번 주엔 비 대신 줄곧 불볕더위가 예보돼 있기까지 하다. 안그래도 봄날씨부터 특별히 수상했던 해다. 올해는 제발 장마철이 그다워졌으면 좋겠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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