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은 짧게, 주식은 길게 보고 지금 투자를
지난해 펀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펑펑 울었습니다. 속 터진 사람들은 올해 펀드 수익률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자 과감히 환매, 직접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이 의외로 상승장을 나타냈고 개미들 가운데 적잖은 사람들이 돈을 좀 벌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식시장이 다시 횡보하면서 벌었던 돈을 또다시 까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료 재무진단을 통해 독자들의 자산관리를 돕고 있는 매일신문은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센터장 조현정 계명대 교수)·삼성증권과 함께 올 상반기 시장을 결산해봤습니다. 또 하반기 전망도 한번 짚어봤습니다. 참석자들은 조현정 센터장을 비롯해 김성숙 부센터장(계명대 교수), 허수복 부센터장(계명대 강사), 김병육 삼성증권 대구지산지점장입니다.
하반기에는 통곡을 멈추고 크게 웃어야겠습니다.
◆상반기를 돌아보면?
▷조현정 센터장=미국의 리먼 브라더스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 국내 주식시장은 반 토막이 났고, 고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의 주식시장도 큰 폭락을 겪었다. 특히 러시아는 거의 패닉상황까지 가면서 펀드투자자들은 거의 85%에 이르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2007년 주식호황기에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의 손실이 특히 컸다. 한마디로 불안과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덩달아 부동산 시장도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이중고를 겪었다.
▷허수복 부센터장=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도 시장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투자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다. 과욕 또는 기본을 지키지 않은 투자가 손실을 키운 측면이 있다. 손실폭이 적으면 회복도 빠르다. 크게 손실을 본 투자자들과 상담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김성숙 부센터장=금융회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줄소송으로 이어졌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불완전판매를 엄격히 제재한다.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그동안 힘들게 쌓아올린 시장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면 오히려 시장이 커져 금융기관에 득이다.
▷김병육 지점장=속수무책(束手無策)과 기사회생(起死回生)이란 사자성어가 올 상반기 주식시장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상반기 중에서도 1분기는 속수무책이라는 표현이, 2분기는 기사회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손을 써 볼 겨를도 없이 투자자들은 금융위기의 한가운데에서 큰 폭의 자산가격 하락을 경험해야 했다. 국내 증시 또한 1분기 중 1,000선이 무너지는 등 감내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회복 기미 보였나?
▷조현정 센터장=올 상반기에 주식시장이 많이 회복했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이후 약 27% 상승했고 지난해 저점에 비해 50% 정도 상승했다. 코스닥은 연초 이후 무려 58% 정도가 상승, 과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머징마켓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도 연초 이후 40~50%가 상승했다. 올 초만 하더라도 비관 일색이던 러시아 시장은 연초 이후 80% 가까이 상승했다.
▷김성숙 부센터장=이자생활자들이 저금리로 고통받고 있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3.2%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은 없고, 그래서 올 상반기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으면서 수익률이 좋은 채권시장으로 돈이 몰렸다. 후순위채권이나 하이브리드채권도 인기가 높았다. 자금이 오래 묶이는 단점은 있지만 6%에 달하는 고금리 매력 때문이다.
▷김병육 지점장=유동성장세의 전형적인 주도 업종, 다시 말해 은행, 증권, 건설 업종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일부 유입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다. IT와 자동차업종의 상승률 역시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인 경기 민감주로 인식되는 만큼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속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후의 승자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조명받고 있다.
▷허수복 부센터장='묻지마' 투자를 경계한다. 수익과 손실은 양날의 칼이다. 테마나 유행을 조심해야 한다. 개미투자자들의 '뒷북'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부동산도 하락이 컸다. 아파트는 미분양 물량의 증가와 경기침체까지 겹쳐 가격이 추락하면서 3, 4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특히 살던 아파트를 팔고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처분이 쉽지 않아 입주를 못하는 바람에 대출이자만 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반기는 어떨까?
▷김성숙 부센터장=글로벌 금융시장이 진정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실물경기 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저금리정책과 정부의 경기부양조치로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예상된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엔 청신호다. 그러나 'V'자형의 빠른 회복보다는 'U'자형의 완만한 경기회복을 예상할 수 있다.
▷김병육 지점장=큰 사이클에서 하락 추세는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이다.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 하반기 상승 탄력에 대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시장의 방향성은 하반기에도 우상향하는 흐름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접 투자할 종목이든, 혹은 펀드든 간에 지금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잔존해 있는 상황에서는 긴 시각에서 시장을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단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자면 반도체나 자동차업종이 이에 해당된다.
다음은 제2의 중국 관련주다. 중국이 세계 경제의 축으로 다시 뛰는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을 찾아봐야 한다. 기존의 중국 관련주가 중국의 투자에서 수혜를 받았던 종목이었다고 본다면 차기 주자는 중국의 소비에서 수혜를 받는 기업들이 될 수 있다.
펀드 시장을 본다면 금융시장의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관련한 펀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의 성장 스토리와 관련된 상품이 재조명될 수 있다.
▷허수복 부센터장=과잉 유동성 논란이 있지만 자칫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에 올해 내에 금리가 인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돼 금리가 인상될 것에 대비해서 돈을 굴려야 한다. 예금은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아직 불확실성은 많지만 주식은 긴 안목을 가진다면 지금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경기가 완전히 회복된 뒤에 투자하면 늦다. 경험으로 보면 주식시장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먼저 회복해왔다.
▷조현정 센터장=탐욕도 문제지만, 과도한 공포도 자산을 불리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기본적인 투자원칙을 잘 지키고, 장기적인 계획하에 자신의 자산배분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직전과 같은 큰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려면 투자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으로 센터의 투자교육을 강화하겠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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