紅蔘 이제 알고 먹자…체질 맞아야 효능

입력 2009-06-22 06:00:00

홍삼은 우리에게 친숙한 건강식품'약재 중 하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홍삼을 먹다 보니 '국민 식품'이라 부르기에 어색함이 없을 정도가 됐다. 이는 홍삼이 건강에 좋다는 각종 연구 결과에다 기업들이 앞다퉈 홍삼 제품을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홍삼이 건강식품을 넘어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게 됐을 정도다. 홍삼이 예로부터 원기를 보호하는 약재로 많이 사용된 건 사실이다. 또 정서적 안정, 소화기능 강화 등에도 효과가 좋다. 그렇다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특히 누구에게나 좋은 약재는 더더욱 아니다. '먹어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맞지 않는 사람에게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삼, 이제 알고 먹자.

◆홍삼의 효능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등에 따르면 홍삼은 원기를 크게 보하고 진액을 생성시켜 갈증을 없애며 정신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소아의 경우 집중력 향상이나 지력 증진에도 좋다. 임상적으로는 병이 위중하거나 오래된 경우, 출혈이 심한 경우, 숨이 짧고 기침할 때, 식욕 부진, 소화 불량, 권태, 설사, 빈뇨 등의 증상을 보일 때 홍삼을 처방하기도 한다. 질병을 앓은 뒤 목이 마르거나 땀이 많은 증상을 보일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고 불면증이 있을 때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생리 시 출혈이 많을 때나 소아 경련에도 사용된다.

홍삼의 주요 성분은 배당체, 인삼향 성분, 폴리아세틸렌계 화합물, 함질소 성분, 플라보노이드, 비타민(B군) 등으로, 이들 성분은 중추신경에 대한 진정 및 흥분 작용, 고혈압이나 동맥 경화 예방, 조혈 작용과 혈당치 강하, 간 보호, 항염증 및 항종양 작용, 방사선에 대한 방어 등의 효과가 있고 피부 보호 작용도 한다. 특히 홍삼의 성분 중 어댑토겐은 각종 유해 환경이나 피로, 각종 스트레스 등에 대한 방어 능력을 증가시켜 적응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또 홍삼의 사포닌은 면역력 강화, 당뇨 치료 등에 있어 인삼보다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홍삼은 누구에게나 좋은가

홍삼이 산업'상업화되고 각종 근거 없는 이론까지 나돌면서 너무 맹신한 탓에 무턱대고 홍삼을 먹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좋은 보약은 있을 수 없다. 홍삼도 마찬가지다. 홍삼은 기본적으로 인삼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인삼이 몸에 맞는 사람이 먹는 게 좋다. 인삼은 사상체질에서 볼 때 원기가 약한 소음인에게 맞는 음식이다. 사상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 선생에 따르면 소음인은 전체 20%에 해당한다. 소음인의 특징은 대체로 몸이 말랐고 추위를 잘 탄다. 또 소화기관이 약한 반면 생식기관은 강하고 내성적이며 사색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홍삼은 얼굴이 희고 창백하며 감기나 몸살 등 몸이 좋지 않을 때 입맛이 떨어지는 사람, 호흡기'소화 기능이 약하고 쉽게 피곤한 사람, 감기에 잘 걸리고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인 소음인 체질에 좋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소양인, 태양인, 태음인이 홍삼을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평소 활달하고 건강하며 성격이 급한 사람은 먹지 않는 게 좋다.

권기원 대구시한의사회 공보이사(코끼리한의원 원장)는 "과중한 업무 등으로 피곤할 때 홍삼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좋아질 수는 있지만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홍삼도 본인의 몸 상태와 체질을 잘 알고 복용하는 것이 좋고, 약으로 복용하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먹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작용은 없나

체질의학적으로 소음인이 아닌 사람,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엔 머리 혈관에 충격을 줘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원기가 강한데 원기를 북돋우는 홍삼을 먹으면 주체하지 못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몸, 특히 얼굴에 열이 많이 오르고 얼굴이 벌겋게 되며 머리도 아프고 눈도 욱신거리고 무거워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홍삼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장기 복용하면 심할 경우 만성 두통, 이명, 안압 상승, 뇌졸중'뇌출혈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얼굴과 머리에 피가 몰리기 때문이다.

◆열이 많거나 혈압 높은 사람에게도 좋나

결론부터 말하면 고혈압'당뇨와 홍삼과의 치료 관계를 무리하게 연결 짓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홍삼을 먹으면 혈압이나 혈당을 내리는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모든 경우에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홍삼을 먹어 당이나 혈압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올라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소음인인 당뇨'고혈압 환자에게 홍삼이 좋을 수 있지만 다른 체질의 경우 그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체질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홍삼이 '혈압과 당뇨에 좋다, 나쁘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열이 많은 사람 중 10~20%는 홍삼을 먹으면 열이 떨어지지만 나머지는 오히려 열이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

한의사 김태동씨는 "단순히 열이 많거나 혈압'당이 높다고 홍삼을 쓰지 못하는 것도, 꼭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혈압이나 당뇨 때문에 홍삼을 복용할 땐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나 아이들은 반드시 전문의의 체질 판별과 증상 구분 등 진단을 받은 뒤 홍삼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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