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재단정상화' 앞으로의 진로는?

입력 2009-06-19 09:57:25

"20년 분규 마침표…명문사학 재도약 발판"

영남대 재단정상화가 현실화되면서 영남대가 명문사학으로서의 재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많은 구성원들은 20년 임시 이사체제하에서 학내 갈등과 중구난방식 의견대립으로 추락한 대학의 위상을 정상화를 계기로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학내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어 정상화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통과된 정상화 방안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추천한 이사 4명이 정(正)이사로 등재돼 있어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영남학원 복귀가 기정사실화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상화 방안을 둘러싸고 학교발전을 위해 재단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박 전 대표의 복귀를 두고 총학생회와 일부 교수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벌어져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명문사학 재도약 계기= 상당수 학교 구성원들은 이번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추락하는 영남대의 위상이 주인 없이 표류하고 있는 재단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박 전 대표의 복귀로 학교발전을 꾀할 수 있다며 환영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 실제 박 전 대표가 추천한 강신욱 전 대법관 등 4명이 이사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이사장 선임 등 학내에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더구나 지난해 2월 영남대 재단정상화추진위원회가 발족돼 총동창회 임원의 97.5%, 영남대 직원의 96.6%, 영남대 교수의 67.2%, 영남이공대 직원의 95.2%, 영남이공대 동창회 96.7%로부터 정상화 방안에 찬성, 실질적으로 박 전 대표의 복귀에 찬성한 것으로 해석돼 앞으로 박 전 대표에게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학원운영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임시이사 체제하에서 불거진 학내갈등과 의견대립으로 매끄럽지 않았던 학교운영이 개선될 전망이며 직선총장제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한 교수는 "재단이 정상화될 경우 현재의 총장 직선제보다 재단 측이 학내 교수들 중 총장을 선임하거나 외부 거물급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학사운영, 인사 등 영남대 전반에 걸쳐 새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했다.

◆학내 갈등 봉합될까?= 재단정상화에 따른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영남대 안팎에서 구재단 복귀에 강력히 반발하는 움직임이 이어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재단정상화가 사실상의 박 전 대표의 복귀라는 점에서 정치쟁점화 가능성도 높아졌다. 영남대 총학생회·민주동문회 등으로 구성된 '비리재단 영남학원 복귀 반대 대책위원회'는 18일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학원 앞에서 집회를 갖고 "1980년대 입시비리 등의 문제로 임시이사 체제를 초래한 비리재단 복귀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영남대 현직 원로교수와 학생 등 50여명은 지난 4월에 이어 18일에도 사분위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구 재단 인사의 영남대 재단 복귀를 반대한다'며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구재단 복귀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영남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와 총동창회 회장단을 중심으로 영남학원 정상화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경상대 한 교수는 "정상화가 이뤄지더라도 구재단 복귀를 둘러싼 갈등이 총장선임 등 학사운영에서 학내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효수 총장 등 대학본부 측도 이 같은 찬반양론이 다음달초 교과부의 마지막 승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과연 영남대가 재단 정상화 과정에서 불거진 학내 갈등을 봉합하고 명문사학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 영남대학 재단정상화 일지

-1968년 1월 청구대학과 대구대학 통합으로 영남대 출범

-1980년 4월~1988년 박근혜 영남학원 이사장 및 이사 재직

-1989년 2월 문교부 임시이사 선임(관선이사 체제 시작)

-2004년 학교법인 영남학원발전위원회 구성(재단정상화추진소위원회 작업)

-2007년 12월 28일 이사회에서 '학교법인 영남학원 정상화위원회 규정' 제정

-2008년11월 27일 정상화추진위원회, 박근혜 전 대표에게 재단참여 요청

-2009년 1월 22일 박근혜 전 이사, 4명의 이사, 영남학원 3명 이사 추천

-1월 23일 영남대 비정규직교수노조와 총학생회, 지역시민단체 20여개 비상대책위 구성

-2월 3일 '구재단복귀 반대하는 영남대 원로교수' 기자회견

-2월 19일 : 이사회 정상화 방안 확정

-2월 22일 : 법인이사회 이사진 구성 및 발전방안 담은 정상화계획서 교과부에 제출

-3월 19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영남대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 시작

-6월 18일: 사학분쟁조정위 영남대측 제출한 정이사 선임안 통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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