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음악이 무대로…대구시립무용단 22일 '한국 무용의 밤'

입력 2009-06-19 06:00:00

"오늘 하루 임금님이 되어보세요."

만조백관이 고개를 숙인다. 수십 명의 여기(女妓·궁중 기생)들이 춤을 춘다. 가야금, 징 소리가 울리고 비단 천을 휘감은 손이 허공을 찬다. 선녀의 자태가 따로 없다. TV사극에서 궁중 잔치를 보여줄 때마다 임금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대구시립국악단 특별기획공연 '한국 무용의 밤'이 22일 오후 7시30분 대구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전래 궁중 음악인 '정재(呈才)'만으로 꾸민 이색 무대다. '재주를 바친다'는 뜻의 '정재'는 세자비가 간택되거나 자손이 태어나거나 외교사절이 왔을 때 열리는 궁중 잔치 음악이다. 안무를 맡은 채한숙 시립국악단 수석은 "'정재'는 연주와 춤, 노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함이 특징"이라며 " '정재'만으로 연주하는 무대는 흔치 않다"고 했다.

시립국악단이 이번에 선보이는 '정재'는 '아박무(牙拍舞)', '검무(劍舞)', '오양선(五羊仙)', '포구락(抛毬樂)', '무고(舞鼓) · 가인전목단 합설(佳人剪牧丹 合設)' 등 모두 5편이다.

먼저 아박무는 상아로 만든 작은 박을 두 손에 들고 치면서 추는 춤이다. 여기(女技)가 춤을 추면서 '동동사(動動詞)'라는 노래를 부른다. 동동사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정재로 꼽힌다.'검무'는 황창랑이라는 신라의 어린 소년이 백제왕 앞에서 칼춤을 추다 백제왕을 죽이고 자신도 잡혀서 죽은 충절을 추모한 춤. 신라 사람들은 창랑의 가면을 쓰고 그가 추던 춤을 따라춘다. 마지막 칼을 휘두르는 연풍대는 이 춤의 백미로 꼽힌다. '포구락'은 요즘으로 치면 스포츠와 비보이들의 춤 대결을 결합한 이색 작품이다. 무용수들이 포구를 사이에 두고 서로 갈라져 차례로 공을 던지면서 노는 유희무다. '무고'는 고려 충렬왕 때 귀양살이를 하던 시중 이혼이 큰 북을 두드리고 춤을 추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가인전목단'은 활짝 핀 모란을 놓고 무용수들이 편을 짜고 꽃을 희롱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특히 이번 시립국악단 무용공연에서는 대구시립극단 이동학 수석단원과 이재선 단원이 공연 중간 중간에 등장, 관객들에게 춤의 내용을 설명한다. 공연 문의 053)606-6327, 8.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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