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24] 화랑도와 사무라이

입력 2009-06-17 14:09:31

'하늘 아래 사람은 모두 똑같다'고 하는 우리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이 일본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일본은 너와 나는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이 더 깊다.

일본인들은 서로의 사이에 넘겨다 볼 수 없는 선이 있고, 계단이 있고, 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자면 부자답게 살고,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남이 잘 사는 것을 배 아파하거나 시기하지 않는다.

종전 후, 일본이 어려웠을 때, 이케다(池田)수상은 '가난한 자는 보리밥을 먹어라'라고 말했는데, 일본인들은 이 말에 반발은커녕 지당한 말씀이라 하여 수상의 '명언록'에 등재까지 하였다. 옛날에는 사무라이가 지날 때 등이 보이도록 절을 하지 않거나 무슨 잘못이 있을 때는 가차 없이 칼로 베어버리는 엄격한 '사무라이 룰'이 있었다. 그렇다면 평민들은 어째서 그런 굴종의 역사를 묵묵히 감내하며 오늘에 이르렀을까? 거기에는 또 하나의 묘한 '사무라이 법칙'이 있다. 그것은 명예와 부와 권력을 함께 갖지 않는다는 암묵의 룰로 '사무라이는 명예, 군주는 권력, 상인은 부'를 중시하며 이것들을 겸해 갖지 않는다는 분리의 법칙이다. 결코 권력을 가진 자가 명예와 돈을 추구하지 않으며, 사무라이 역시 칼로써 평민들의 재산을 수탈하지 않는다.

'무사는 먹지 않아도 이쑤시개'(武士は食わぬと高楊子)라는 속담처럼, 사무라이들은 명예를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히 여겼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무라이'(侍)라는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우리말 '싸울아비'가 변해서 된 말이다. '싸우다'를 일본어로 표현하면 '다다카우'(爭う)라고 하는데, 이는 '다다쿠'(叩く) 즉, 북을 '두드리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따라서 '두드리다'는 때리는 것이고 이는 싸움을 잘 하는 것이며, 그런 아이를 '싸울 아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싸울아비⇒사무라이'로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무라이의 정신은 신라의 화랑도 정신에서 기인된 바 크다. 화랑도의 '화랑5계'는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붕우유신(朋友有信), 임전무퇴(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으로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는 충, 어버이에게는 효, 친구를 사귐에는 신, 싸움에 나가서는 물러서지 않으며, 살생은 가려서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화랑정신은 도덕이 해이해진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음미해 보고 실천해야 할 생활의 덕목이 아닐까?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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