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만 보면 고개를 돌립니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뒤덮은 지름 1~2㎝의 혹 때문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건지 수를 헤기도 힘듭니다. 얼굴에 난 것만 수십개가 넘으니까요. 온몸에 혹 없이 깨끗한 부위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얼굴을 봐도 징그러울 정도니 남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괴물로 보일 수밖에요.
저는 일명 레클링하우젠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신경섬유종증' 환자입니다. 신경과 피부에 수많은 양성종양인 신경섬유종이 생기고, 피부에 연한 갈색 반점이 나타나는 병입니다.
제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2세 무렵이었습니다. 등에 마치 사마귀와 같은 혹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누나, 세 식구가 힘들게 살던 시절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사실 병원 치료를 받을 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20대가 되면서 급작스럽게 온몸으로 혹이 번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저는 '신경섬유종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치료법이 없는 유전적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수많은 혹들이 온몸을 흉측하게 뒤덮었지만 저는 좌절하지 않고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남 보기가 불편할 뿐이지 중소기업에 성실하게 다니며 일상생활을 큰 지장없이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했습니다. 한때 결혼 준비로 가슴 부푼 시절도 있었지만,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그분은 무슨 이유에선지 저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후에는 혹이 늘어나 점점 흉해지는 외모 탓에 누군가를 만날 꿈조차 꾸지 못했습니다.
30대를 넘어서면서 평생 의지가 되어주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시고 저는 세상에 정말 홀로 남겨졌습니다. 시집간 누님과는 연락조차 할 길이 없었습니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누님 입장에서도 늘 짐만 되는 동생에게 연락을 하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그렇게 외톨이로 힘겨운 삶을 살던 2007년 4월 무렵, 회사를 그만둬야 할 정도로 전신에 혹이 심하게 퍼져나갔습니다. 하체에 힘이 빠져 일상생활도 못하게 됐습니다. 몸안까지 종양이 생겨나면서 경추를 압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수술을 받은 뒤 한때 혼자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증상이 반복됐습니다.
이번에는 증상이 훨씬 심각했습니다. 지금은 침대에 누워 꼼짝을 하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말을 하는 것과 왼손을 약간 움직이는 것 외에는 온몸이 마비돼 버렸습니다.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듭니다.
얼마 전에는 답답한 마음에 기초생활수급비를 쪼개 조금씩 모은 돈으로 부산까지 구급차를 빌려 유명한 의사선생님을 만나뵙고 왔습니다. "수술을 통해 경추를 압박하고 있는 종양만 제거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말에 뛸 듯이 기뻤지만 수술비가 1천만원 이상 든다는 말에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수술비도 문제지만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전문 간병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외톨이 신세. 부모 형제도 없고 더구나 외모 때문에 친구조차 제대로 사귀지 못하고 살아온 제가 어디서 1천만원이 넘는 돈을 구한단 말입니까. 눈물을 흘리며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경주시립노인요양병원의 침대에 갇혀 사는 몸입니다. 수술비를 구하지 못하면 여기서 생을 마치게 되겠지요. 그나마 병원분들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자선바자회와 일일찻집을 열어 비용을 모아봤지만 아직은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천리만리 길입니다.
저는 이대로 생을 마감해야 할까요? 참담한 마음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저는 죽을 힘조차 없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남들이 다 고개를 돌리는 외모라도 좋으니 두 발로 걸으며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글·사진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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