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인물] '무명 권투선수' 브래독의 반란

입력 2009-06-13 06:00:00

TV앞에서 손에 땀을 쥔 채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홍수환이 카라스키야에게 4번 다운당한 후 역전 KO승(1977년, 파마나)을 거두던 짜릿함, 김태식이 강타를 휘둘러 이바라에게 2회 KO승(1980년, 서울)을 거두던 통쾌함…. 복싱은 맨주먹 하나로 '인생역전'이 가능하기에 흥분을 더해준다.

1935년 오늘,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복싱역사에 길이 남을 역전 승부가 펼쳐졌다. 세계헤비급 챔피언 막스 베어(1909~1959)는 '링의 살인자'로 불리던 인기절정의 강타자였고 도전자 제임스 브래독(1905~1974)은 지고 이기길 반복하던 어쭙잖은 선수였다. 베어는 도전자를 '멍청이' 정도로 여겼고 연습도 게을리했다.

그러나 브래독은 정신력을 앞세워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일궈냈다. 초반에 강타를 허용하다 중반부터 베어를 몰아붙여 15회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한때 링에서 퇴출돼 부두 노동자로 전전하며 가족을 부양하던 무명선수의 반란이었다.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신데렐라 맨'(2005년작)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그다. 가난뱅이에서 부자가 된 동화 속 주인공 같은 선수였다.

박병선 사회1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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