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아지는 경북, 이제 '말'하고 놀자

입력 2009-06-13 06:00:00

▲ 지난달 문을 연 영천 운주산 승마장에서 어린이들이 승마체험을 하고 있다. 민병곤기자
▲ 지난달 문을 연 영천 운주산 승마장에서 어린이들이 승마체험을 하고 있다. 민병곤기자

경북지역에 '생활 승마의 시대'가 시작됐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를 넘으면 골프가 대중화되고 2만달러가 넘으면 승마가 대중화된다고 한다. 아직까지 국민소득은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귀족 레저'의 대명사였던 승마가 서민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골프장 건설에 열을 올렸던 경북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제는 승마장 건설에 올인하면서 지역에 승마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승마장의 문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영천의 운주산 승마장에서는 2만원만 내면 수천만원짜리 말에 올라 타 귀족 레저를 즐길 수 있다.

◆낮아진 승마장 문턱

5일 영천 임고면 운주산 승마장. 신민주(10·영천초교 3년)·인재(8·〃1년) 남매가 엄마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이들 남매는 이날이 말과 만나는 세번째 날이라고 했다. 남매는 다리에 각반을 두르고 안전모를 쓴 뒤 말 등에 올랐다.

말타기가 제법 능숙해 보였다. 말은 사람과 교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타기 전에 말의 목 부분을 쓰다듬어 준다. 혀 차는 소리와 발로 말과 소통한다. 혀 차는 소리를 내고 왼발로 말의 배부분을 누르면 말이 걷기 시작한다. 말은 산만한 동물이다. 끊임없이 혀 차는 소리를 내며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배를 더 세게 누르면 말이 달리기 시작한다. 너무 빠르면 '워워워~'하면서 속도를 늦춰야 한다. 말을 잘 듣을 때는 말의 목 부분을 쓰다듬어준다.

민주양은 "말을 타는 게 너무 재미있다. 뛰는 게 시원하고 무섭지 않다"며 웃었다. 남매를 지켜보던 엄마 신성해(43·영천시 완산동)씨는 "학원에 가기 전 승마를 배우게 하고 있다"면서 "컴퓨터에 푹 빠져 있던 아이들에게 자세를 교정할 수 있는 좋은 스포츠"라고 했다. 교관 노경헌(32)씨는 "승마는 전신운동이자 정신운동"이라면서 "1년 정도 꾸준히 배우면 산속을 능숙하게 달릴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운주산 승마장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최초의 승마장이다. 울창한 휴양림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운주산을 가로지르는 3.5km의 산악승마코스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현재 말은 35마리가 있다. 독일과 호주· 몽골·제주 등 출신지도 다양하다. 승마장 건설에 관심 있는 지자체가 벤치마킹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이용료가 다른 승마장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무제한 승마가 가능한 월 회원 이용료는 30만원이다. 승마 쿠폰 10장을 쓸 수 있는 쿠폰제 회원 이용료는 월 18만원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하루 평균 200여명이 찾는다. 대구와 포항·경주·울산·서울 등에서도 온다.

어린이들이 전체 승마체험객의 30~40%를 차지한다. 승마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좋다고 한다. 말이 안 통하는 말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자신감과 성취감·이해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승마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훌륭한 운동이다. 말이 움직일 때마다 온몸의 관절이 반응하기 때문에 전신운동의 효과가 크다. 자신의 두발로 달리지 않으면서도 강도 높은 하체운동을 할 수 있다.

◆말에 올라타는 지자체

경북지역 지자체들도 말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골프장 건설에 열을 올렸던 지자체들은 이제는 승마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한·미 FTA 이후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경북지역 농어촌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한 방편이기도 하다. 승마산업을 육성해 농촌 체험관광을 활성화하고 말 산업을 일으켜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승마산업국인 독일은 승마산업 종사자가 30만명이 넘고 승마 관련 매출액이 8조원에 달한다. 구미시는 올해 10월 준공을 목표로 옥성면 원예단지 내 10만㎡에 승마장과 마필 공동 조련시설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

상주시는 내년 6월까지 사벌면 화달리 주변 16만5천㎡에 승마장을 만들 계획이다. 상주시는 또 내년 세계대학생승마대회 개최를 위해 국제승마장이 들어서는 경천대 진입로에 사업비 50억원을 들여 승마장 주변 경관숲을 조성하고 있다.

봉화군은 지난해부터 대마산 목장에서 군직영 무료 승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승마는 정부가 추진중인 4대 강 살리기 등 녹색 뉴딜정책과도 어울린다. 경북도는 2012년까지 낙동강변 40km에 200억원을 들여 승마트레킹 코스를 만들 계획이다.

경북도는 현재 300명 정도인 승마인구를 2012년까지 2천명으로 늘리고 67가구(413마리)인 말 사육농가를 3년내 300가구(1천마리)로 늘릴 계획이다. 경북도 류성엽 문화체육국장은 "낙동강 주변과 휴양림 주위에 승마 관련 레포츠시설을 확충하고 승마대회를 유치해 경북을 말 산업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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