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통폐합·노선 입찰제…대구 시내버스 대수술 불가피

입력 2009-06-12 10:00:40

[버스준공영제 이대로 안 된다] (하)'시민의 발' 살릴 대책 마련을

▲ 11일 오후 퇴근하는 시민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11일 오후 퇴근하는 시민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삐걱대는 대구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살리기 위한 해법은 뭘까?

'서민의 발'을 담보로 해마다 되풀이되는 파업 문제뿐 아니라 버스업체 간 경쟁이 사라지면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건전한 노(근로자)-사(버스조합)-관(대구시)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준공영제 실시 이후 오히려 대구시의 관리감독권이 무력화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민, 전문가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대구시와 버스조합 모두를 견제할 수 있도록 버스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건전한 노-사-관 관계의 재정립

대구시가 갖고 있는 준공영제에 대한 권한을 상당부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는 버스업체들에 대한 관리 감독권만 행사하고 경영의 상당부분에 관여하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했던 관행을 벗고 버스업체들이 창의적 경영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 줘야 한다고 했다.

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모든 통제권을 쥐고 버스업체들을 믿어주지도 않는데 누가 신이 나서 서비스 개선과 승객 모으기에 힘쓰겠느냐"며 "이런 상황이라면 가만히 있으면서 보조금을 챙기는 게 낫다"고 말했다.

확실한 상-벌 체계 도입도 주문했다. 열심히 일해 봤자 별다른 이익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버스 업체들이 나서서 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불필요한 인프라를 줄여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버스업체들은 "나서다간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버스업체 간 경쟁 없이 전액 재정이 지원되는 준공영제 하에서는 도덕적 해이만 조장할 뿐이다. 최근 임단협과정에서 보듯 노사 구분은 온데간데없고 버스조합, 버스업체, 근로자들이 사실상 같은 편이 돼 버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대구흥사단 최현복 사무처장은 "대구시가 세금으로 버스업체들의 적자를 보전하고 수익금을 일률적으로 배분하다 보니 버스 업계 전체 서비스가 하향 평준화됐다"며 "대구시는 버스조합을 진정한 사업 파트너로 인식하고 건전한 노·사·관 관계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통 창구를 열어라

대구시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인 정책을 펴나가고 있는 것도 버스 준공영제가 갈팡질팡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버스개혁시민추진위원회 한 관계자는 "준공영제 정책은 대구시의 공문 한 장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지금처럼 대구시의 하달식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구시의 독단적인 버스 정책이 오히려 버스조합의 반발을 사면서 사사건건 버스조합이 시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실제 대구시가 최근 ㈜카드넷의 가처분 신청으로 좌초 위기에 놓인 신교통카드 사업과 공휴일 버스감회 운행만 보더라도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암초에 걸리고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대구시는 관리감독권을 쥐고 있는데도 버스조합에 매번 '뒤통수'를 맞는 이상한 처지에 놓여 있다.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은 "대구시는 밀어붙이기식 교통 정책을 지양하고 주소비층인 승객들과 버스운전기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귀를 가져야 한다"며 "임단협 과정에서도 협상 초기부터 양측의 이견을 조율하고 대구시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쟁조정기구의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스 준공영제 재검토 필요

절름발이 대구 버스 준공영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이들도 많다. 버스업체 통폐합 등 구조조정과 일정 부분의 경쟁체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많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대구 버스 준공영제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일부 노선에 대한 입찰제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대중교통이라는 공익적 측면에서 비수익노선-공영화, 수익노선-노선입찰제로 이분화해 수익 노선은 질 좋은 서비스를 이끌어내고 공익적 부분에 한해서만 대구시가 보조해야 한다는 것. 현재처럼 업체 간 경쟁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버스업체 스스로 서비스 질을 개선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완전 공영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구시가 대구도시철도처럼 교통공사체제로 버스 업계를 운영하면 현재처럼 사업주체와 관리 운영의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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