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나 되는 푸른 바다에/ 장군으로 계수나무 배를 타도다/ 평생을 충성과 신의를 다했으니/ 험난함을 겪어도 걱정이 없노라.'
1711년 절충장군 삼척영장 겸 수군첨절제사 박석창은 어명을 받고 울릉도를 건너가 둘러본 후 섬의 도형(圖形)을 그려 바치면서 시 한 수를 적었다. '신묘년 3월 14일에 왜선창에서 대풍소로 배를 옮기고 한 구절을 써서 표식을 만들어 후일에 상고토록 한다'는 글귀도 덧붙였다.
조선 조정은 안용복 사건으로 울릉·우산도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면서 두 섬의 관리에 대해 다시 깊이 고민한다. 결국 당시 장한상 일행의 울릉도 조사보고서 '울릉도사적'(鬱陵島事蹟)을 토대로, 읍진 설치를 하는 대신 3년에 한 번씩 수토(搜討)하기로 결정한다.
'수토정책'은 영의정 유상운이 주축이 되어 숙종으로부터 윤허를 받아 공식화했다. 즉 섬에 백성이 들어가 살도록 하기에는 부담이 크니, 차라리 관리를 보내 군역이나 공납을 피해 섬으로 달아난 무리들을 수색하여 데려오고, 월경하여 토산물을 채취하는 왜인들을 토벌하도록 한 것.
울릉도 수토는 수군(水軍)을 거느리고 있는 월송포 만호와 삼척영장이 교대로 했다. 이들은 매 3년마다 수군을 선발하고, 왜어(倭語) 통역관을 대동하여, 각 동(洞)으로부터 비용을 염출해 구산포(현 경북 울진군 기성면 구산리)와 죽변진에서 각각 출발했다.(김호동 저 '독도·울릉도의 역사')
1702년(숙종 28년) 삼척영장 이준명의 수토에 관한 기록을 보면, '울릉도에서 돌아와 도형(圖形)과 자단향(紫檀香)·청죽(靑竹)·석간주·어피(魚皮) 등을 바쳤다'는 기록이 보인다. 당시 조선 조정의 정기적인 울릉도 수토는 울릉도는 물론 우산도(독도)에 대한 지경(地境)인식을 보다 명확히 하게 했다.
일본은 이미 1667년에 저술한 최초의 독도 언급 문서 '은주시청합기'(隱州視聽合紀)에서 그들의 지경을 적시하고 있다. '은주(隱州)는 북해(北海) 중에 있다. …술해간(戌亥間)으로 2일 1야를 가면 송도(松島)가 있고 또 1일정(日程)에 죽도(竹島)가 있다. 이 두 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고려(高麗)를 보는 것이 운주(雲州)에서 은기(隱岐)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그런즉 일본의 건지(乾地)는 이 주(州)로써 한계를 삼는다.'
이와 호응하는 조선의 문헌 '동국문헌비고'는 '울릉과 우산(于山)은 모두 우산국의 땅인데, 우산은 왜(倭)가 이르는 바 송도(松島)다'고 적고 있으며 '강계고'는 보다 세세한 기록을 하고 있다.
'울릉도, 울(鬱)은 울(蔚)이라고도 하고, 우(芋)라고도 하고, 우(羽)라고도 하고, 무(武)라고도 한다. 두 섬으로 하나가 바로 우산(于山)이다. 울진현 정동(正東) 바다 가운데 있으며, 일본의 은기주와 서로 가깝다'고 적고 있다.
18세기 초 이후 조선의 우산도와 일본의 은기를 경계로 하는 국경에 대한 조선과 일본 양국의 인식에는 이견이 없었다. 범월(犯越)도 그다지 잦지 않아 수토관들이 울릉도를 들어갈 때 눈에 띄는 경우도 드물었다. 물론 당시의 일본 지도인 '일본노정여지전도' '삼국접양지도' '대일본연해여지전도' 등도 울릉도와 우산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19세기 중엽 명치유신 초기부터 왜인들은 다시 월경해 울릉도서 고기잡이와 벌채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 1881년에는 조선의 수토관에게 적발되기에 이른다. 이에 조선은 즉각 일본 외무성에 서계(書契)를 보내 항의한다. 또 고종황제는 부호군 이규원을 '울릉도검찰사'에 임명하고 102명의 조사단을 구성, 울릉도와 함께 우산도도 조사해오도록 지시한다.
검찰사 이규원은 1882년 4월 30일부터 거의 10일간 도보와 배로 울릉도를 세밀하게 조사했지만 우산도는 풍랑이 두려워 건너가지 못하고 체류자들로부터 듣기만 한다.(신용하 저 '독도 보배로운 한국영토')
이규원의 검찰로 조선 조정은 200년 동안의 수토정책을 폐기하는 울릉·우산도 정책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역사의 격변기, 다시 한번 울릉·우산도에 대한 침탈 야욕으로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독도는 저 혼자 가만히 있는데….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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