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은 늘 해맑은 얼굴로 다가왔다"
▶ 경호강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강정에서 진주 진양호까지 80여리(약 32㎞) 물길로 '경호'는 거울처럼 물이 맑아 '경호'라 이름이 붙여졌다. 자연경관이 빼어날 뿐 아니라 강폭이 넓고 모래톱이 잘 발달돼 있어 래프팅 최적지로 꼽힌다. 흔히 동강, 인제 내린천과 더불어 '한국의 3대 래프팅 명소'로 알려져 있다.
경호강래프팅협회에 따르면 연 10만명 이상이 래프팅을 위해 경호강을 찾는다고 한다. 래프팅 코스는 경호1교~경호강 휴게소로 이어지는 12km 구간. 주파하는 데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유례 없는 가뭄으로 유량이 많지 않은 요즘에는 경호1교에서 용소급류 인근까지 7km 구간에서 래프팅을 한다. 래프팅은 3월부터 9월 말까지 즐길 수 있지만 절정은 7, 8월이다. 여름이면 주말에만 1만~2만명이 몰리기 때문에 강을 따라 내려가는 보트에서 동호인들이 내지르는 탄성과 함성이 일대를 진동시킨다고 한다.
요금은 1인당 2만~3만원선. 현재 30여개의 래프팅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 보트에 오르기 전 사전교육은 필수다. 보트마다 전문 강사도 등승한다. 김승식 래프팅협회장은 "안전장비를 갖추고 타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며 "햇볕에 피부가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긴바지와 긴팔 옷을 입는 것이 좋으며 갈아입을 옷만 준비해 오면 비경과 함께 짜릿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88고속도로~함양분기점~중부고속도로~산청IC에서 내리면 바로 경호강이다.
▶ 목면시배유지
문익점이 고려 공민왕12년(1363년) 사신으로 원나라에 갔다 목화씨를 가져온 뒤 처음 재배한 곳으로 단성면 사월리에 있다. 문익점은 장인 장천익과 함께 목화씨를 뿌렸으나 재배기법을 몰라 겨우 한 그루만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1만5천295㎡ 부지에 면화시배를 기념하는 사적비와 공덕비, 면화전시관, 문익점선생 효자비각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효자비각 옆에는 목화를 재배하는 밭이 있다. 1'2전시관으로 구성된 면화전시관에서는 면화의 역사, 목화에서 씨를 빼내고 실로 옷감을 짜는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입장료 어른 1천원, 청소년'군인 600원, 어린이 500원.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개방. 매주 월요일'명절 휴관. 055)973-2445. 문익점선생 묘소와 신실을 모신 도천서원 등은 목면시배유지에서 차로 10여분(산청 방면) 떨어진 곳에 있다.
▶ 남사예담촌
목면시배유지에서 지리산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이내 남사예담촌에 닿는다. 남사천이 반달 모양으로 마을을 휘감아 돌고 덩치 큰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통마을로 600년 된 감나무, 700년 된 매화나무가 마을의 내력을 말해준다. 최씨 고가(경남문화재자료 제117호), 이씨 고가(경남문화재자료 제118호) 등 여러 문중 고택들이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제 개국공신교서(보물 제1294호), 이동서당(경남문화재자료 제196호) 등 각종 문화유적도 잘 보존돼 있다.
남사예담촌이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문화재로 등록된 흙돌담길 때문이다. 골목을 돌아들 때마다 옛모습을 간직한 흙돌담길이 나타난다. 세월의 흔적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흙돌담길 안으로 들어서면 고즈넉하고 아늑하다. 예담촌은 예를 중시하는 마을 사람들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흙돌담이 빚어낸 이름이다. 20인 이상 단체 관광객의 경우 예약을 하면 떡메치기'솟대만들기'삼곶놀이 등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또 고가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마을 입구에는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찻집이 있다. 문의 055)972-7107.
▶ 남명유적지
남사예담촌에서 다시 지리산쪽으로 길을 재촉하면 산이 높아지고 골은 깊어진다. 천왕봉 등산로 시작점인 중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지리산'중산리 이정표를 따라 10여분 가면 남명유적지'대원사를 알리는 표지가 나타난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조금만 가면 산천재와 남명기념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명종16년(1562년)에 세워진 산천재(국가문화재 사적 제305호)는 조식이 평생 갈고 닦은 학문을 제자들에게 전수하다 여생을 마감한 곳이다. 산천재 뒷산에는 조식의 묘가 있는데 살아 생전 직접 묏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2004년 건립된 남명기념관에는 서책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조식의 유적은 두 곳에 나뉘어 있다. 산천재에서 차로 5분가량 떨어진 원리에는 덕천서원과 세심정이 있다. 덕산중고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덕천서원은 선조9년(1576년) 조식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사림(士林)들이 건립했다. 광해군1년(1609년)에 사액서원이 되었으나 흥선대원군에 의해 철폐되었다가 1920년대에 복원됐다. 홍살문과 수령 4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수문장처럼 서원 입구를 지키고 있다. 서원 맞은편에는 선조15년(1582년)에 세워진 세심정(정자)이 덕천강을 바라보며 서 있다.
▶ 대원사
덕천서원에서 59번국도를 타고 10여km 올라가면 지리산국립공원을 알리는 안내문과 함께 대원사계곡이 나온다. 지리산 곳곳에서 발원한 옥류와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숲으로 유명한 곳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대원사계곡을 남한 제일의 탁족처(濯足處)로 꼽았다.
깊은 산중의 정적을 깨는 물소리를 벗 삼아 2km 정도 올라가면 '방장산대원사'라고 쓰여진 일주문이 방문객을 반긴다. 일주문에서 300m 정도 더 가면 대원사다. 해인사의 말사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비구니 참선도량이다. 신라 진흥왕9년(548년) 연기조사가 창건하면서 이름을 평원사로 지었다. 그 뒤 오랜 세월 폐사되었던 것을 조선 숙종11년(1685년)에 운권이 다시 절을 짓고 대원암이라 칭했으며 고종27년(1890년) 대원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천왕문을 지나면 이내 대웅전 앞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청정 비구니 도량답게 조용하고 정갈하다. 풍경소리마저 시끄럽게 느껴질 만큼 한적하고 여성의 미를 간직한 단아한 경내는 잘 정돈되어 있다. 대웅전 옆에는 팔작지붕 형태의 원통보전이 자리잡고 있다. 원통보전을 돌아가면 돌계단 위 다소곳이 위치한 산왕각이 나타나고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담 넘어 당당한 자태를 뽐내는 대원사다층석탑이 보인다. 보물 제1112호 대원사다층석탑은 신라 선덕여왕15년(646년) 자장율사가 부처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세웠다. 철분이 많이 함유된 돌로 만들어 붉은 빛을 띠고 있다. 나라에 경사가 있으면 탑에 서광이 비치고 향기가 경내에 진동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선원 안에 있어 직접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승용차로 일주문 또는 절 입구까지 올라 갈 수 있지만 대원사 여행의 진미를 느끼려면 계곡 입구 버스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걸어가는 것이 좋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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