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의 시와 함께] 「농업박물관」/ 김선태

입력 2009-06-11 06:00:00

안쓰럽다, 애잔하다, 삼삼하다, 그립다, 쓰리다, 아프다…같은 무수한 형용사를 칸칸마다 칙-칙-폭-폭 달고 지나가는 저 완행열차 속의 풍경들

저녁 무렵 사라지는 땅거미 같은

불러도 자꾸만 도망가는 메아리같은

아련한 옛사랑의

오래된 미래의

추억이여, 너는, 박제, 되었구나

농업박물관에서 간행하는 소식지이다. 쓸쓸한 형용사와 박제화되는 명사의 소식지이다. 형용사는 모두 명사 농업에 바쳐진 마음의 쓰라림이다. 물론 농업조차 환경 파괴로 보는 극단의 시각도 있고 농업도 비료라는 극단의 화학물을 쓰긴 하지만, 농업은 비가역이 아니라 가역적 생산방식이다. 농업이란 가역적 화학이라는 쓰잘데 없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농업을 전혀 알지 못하는 도시민에게 농업은 이웃 소식이다. 그래도 김선태의 농업 소식은 이해가 간다. 그 소식지에 농업박물관이라는 명칭이 붙은 지 오래 되었다. 김선태의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의 시선은 죄다 한반도 서남부의 사라지려는, 혹은 사라져간 것들의 이야기에 꽂혀있다. 「주꾸미 쌀밥」,「조금새끼」 등, 시집 어디서나 이야기꽃이 만발해 있다. 게다가 그 이야기들, 죄다 박물관 형광조명 안으로 들어갈 날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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