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학습지 교사로 일을 시작한 김모(33·여)씨는 매일 오후 9시쯤 일을 마치고 아이가 있는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김씨는 "올 들어 남편 회사에서 보너스 지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거리를 찾게 됐다"며 "아이 맡기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마침 인근 어린이집이 시간연장을 한 덕분에 한시름을 덜었다"고 했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 맡아줍니다
불황 여파로 일터를 찾는 엄마들이 많아지면서 어린이집도 문닫는 시간을 늦추고 있다. 월급이 깎이거나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일터로 내몰린 엄마들이 늘어나자 어린이집들도 '시간 연장'이나 '24시간제'로 운영시간을 늘린 것이다.
대구에는 2006년 70곳이던 '시간 연장'(오후 9시까지 운영) 어린이집이 2007년 132곳, 지난해엔 203곳으로 2년새 3배 가까이 늘었다. 대구시 저출산고령화대책과 관계자는 "보육시설마다 3명 이상의 수요가 있을 경우 시간 연장 신청을 받아 각 구·군에서 지정하고 있다"며 "엄마들의 요구가 많아진데다 정부도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시간 연장 어린이집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간 연장을 실시한 칠곡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최근 아이를 좀더 오래 봐줄 수 없느냐는 엄마들의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유치원에 다니는 '큰 아이들'도 엄마가 저녁시간에 돌봐줄 사정이 되지 않는다며 예전에 다녔던 어린이집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24시간 어린이집에도 몰린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뭘 하지요?" "깨끗이 씻어야 돼요. 양치질도 해요."
8일 오후 8시 30분쯤 대구 남구 ㅅ어린이집. 5명의 어린이와 선생님이 함께 잠자리를 준비했다. 아이들은 손과 발, 얼굴을 씻고 이도 닦은 뒤 이부자리에 누웠다. 이곳은 2009년 대구시가 24시간 운영을 허가한 어린이집이다. 현재 5명의 아이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곳에서 생활한다.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모두 밤에 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기 힘든 사람들이다.
이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집에서 먹고 자기 때문에 건강관리나 생활지도까지 모두 선생님의 몫이라 부담이 크지만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 준다는 보람이 있다"며 "아이들이 부모와의 유대감이 깨지지 않도록 주말에는 반드시 부모와 지내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위기로 부모가 밤새 일을 해야 하는 가정이 급증한데다 가정 해체도 늘면서 편부·편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이 증가하면서 '24시간 어린이집'을 찾는 가정이 많다.
대구에서는 남구 ㅅ어린이집과 동구 ㅂ어린이집 두 곳이 '24시간제'로 운영하고 있다. ㅂ어린이집 관계자는 "아이들이 원장선생님을 자연스럽게 '큰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유대관계가 밀접하다"며 "최근엔 다른 지역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지만 정원이 정해져 있어 더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24시간 어린이집은 일반 어린이집과 달리 아이들이 집처럼 느끼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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