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사회의 출산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셨습니까?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인구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인구 밀도로 치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사람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곳이 한국이라고 하는데 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일까요? 다양한 이유들을 들고 있습니다. '취업하기 힘들어서' '세금이 비싸서'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정치가 불안해서' '경쟁이 너무 과열되어서' 등 모두가 맞는 말이지만 중구난방(衆口難防), 정리되지 않습니다.
이 복잡한 사회 현상의 원인을 '미생물'을 전공하신 자연과학자 이재열 교수가 명확하게 규명하고 정리하였습니다. 그의 저서 '보이지 않는 보물'(경북대학교출판부, 2008)을 보면 모든 생물체는 살기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다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합니다. 삶의 조건이라는 것들이 너무나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과 식물, 그리고 미생물까지도 나름대로 구하는 것들이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의식주에 해당하는 몇 가지 필수적인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의 모습과 가장 안정된 모습들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생명체들은 생존 조건을 갖출 때까지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다가, 충분한 조건이 구비되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일을 하기 마련인데 그것이 종족 번식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이든, 다른 생물체이든 삶의 조건이 모두 갖추어진 상태, 즉 좋은 환경 속에서는 생명체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재열 교수님의 이 논리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출산율 저하 현상은 한국사회에서 삶의 조건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재열 교수님은 인간 출산율 저하 문제를 미생물의 증식 속도와도 비교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한 세대가 보통 25~30년인데 비해 대장균의 경우는 좋은 환경일 경우 20분 만에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계산을 해보면 대장균은 한 시간에 3세대, 하루 72세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를 70세대를 만드는 데 최소 1천750년에서 최대 2천100년이 소요되는 인간과 비교하면, 대장균의 하룻밤은 우리나라 역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출산율 저하가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는 현상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생식의 방법에 관한 문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물은 후손을 만들려면 암컷과 수컷이 만나는 수정 과정이 필요한데, 암컷과 수컷이라는 두 개의 성이 합쳐지는 양성 생식인 유성생식(有性生殖)의 방법으로 증식합니다. 생물들이 유성생식을 택하는 이유는 상대방으로부터 더 좋은 형질의 유전자를 받고자하는 희망에서입니다. 대표적인 생물체가 인간입니다. 그런데 미생물인 박테리아는 이러한 원시적인 형태의 생식 방법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유전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생식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연구 결과로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두 개의 세포가 하나로 합쳐지는 융합(fusion)이라는 방법입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몸이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스르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인데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두 개의 기름 방울이 가까이 다가가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형질 전환(transformation)입니다. 융합이 세포 내용물 모두를 받아들이는 방법이라면 형질 전환은 형질 발현에 필요한 유전자만을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방법입니다. 이때 박테리아의 몸 안에 DNA를 가진 작은 크기의 플라스미드(plasmid)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세 번째 방법은 형질 도입(transduction)입니다. 이는 필요한 유전자를 도입하는데 필요한 운반체로 바이러스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만 기생하는 존재인데, 동물과 식물뿐만 아니라 미생물인 박테리아에도 기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박테리아에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다는 성질을 이용해서 필요한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담아 박테리아가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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