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성공단 업체 철수는 북측에 책임 있다

입력 2009-06-09 14:42:10

개성공단 106개 우리 기업 중 처음으로 철수를 결정한 업체가 나왔다. 의류업체 S사가 8일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폐업 신고서를 내고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직원 억류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주문이 취소되고 직원 신변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업 활동이 어렵다는 이유다.

S사의 철수 결정은 입주업체들이 더 이상 기업을 꾸려 나갈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툭하면 장시간 통행을 차단시키고 제멋대로 계약 조건을 바꾸는 등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인들 버틸 재간이 있겠는가. 경제 논리가 우선돼야 할 개성공단 사업을 북한이 정치적 희생물로 삼으면서 존립 자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개성공단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고 남북 화해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반민족적'반기업적 행위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개선과 상호 경제적 이익을 위해 남북이 합의한 사업이다. 북측이 이를 망각하고 정치 논리를 개입시켜 기업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합의 위반이다. 70일째 억류 상태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문제만 해도 우리 정부를 협박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기업들이 마음 놓고 생산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겠나.

11일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남북 당국 간 2차 실무회담이 예정돼 있다. 여기서 북측이 일방적으로 임금 인상 수준을 통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금처럼 북측이 '더 있으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아니면 나가라'고 계속 억지 부린다면 철수 업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개성공단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북측은 지금이라도 개성공단 설립 취지를 존중해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공단이 파탄에 이를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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