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기념공원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언제나 친정을 오가며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UN기념공원(부산 남구 대연동)을 얼마 전 공식 방문하게 되었다.
옛날 학창시절에 한국전쟁에 대해 배웠지만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이역만리 대한민국으로 건너와서 세계 평화와 자유의 대의를 위해 생명을 바친 미군이 3만6천명이 넘는다는 것. 처음 그 숫자를 듣고 내 귀를 의심하여 다시 물었다. 그러자 안내를 하던 분이 친절하게 정확히 3만6천492명이라고 답했다.
무려 4만명 가까운 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라는 씨를 뿌리내리기 위해 꽃다운 목숨을 바친 사실을 확인하는 그 순간은 충격적이었다. 유엔연합군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16개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파병 지원군을 보냈으며 4만명 조금 넘는 희생자가 발생하였는데 그 중 대부분이 미군이었다는 것이다. 연합군에는 우리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여건이 나쁜 에티오피아, 필리핀, 태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사랑하는 아들, 남편을 잃은 수많은 미국의 여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한이 맺혔을까. '코리아'(Korea)를 듣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며 그때를 잊지 못하는, 지금은 고령이 되었을 그들이 지금도 미국에 얼마나 많을까.
가난에 허덕이며 온갖 힘을 다해 보릿고개 넘기기에 급급했던 시절에 태평양 건너 미국이란 나라에서는 백만이 넘는 자국민들을 외국 전쟁터로 파견 보내는 넉넉한 여유로움이 있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불과 50여년 전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빚진 사실을 우리 대부분은 지금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고 있다. 특히 전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 같은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에겐 더욱 더 이런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1955년 우리나라 정부는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지금의 UN기념공원 자리를 유엔에 기증하였고 관리는 유엔이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유해는 그들의 조국으로 이장되었지만 지금은 11개국 출신의 2천300구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조경과 푸른 녹지, 그리고 갖가지 철새들이 여유롭게 쉬었다가는 연못 등 자연 환경은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전몰장병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추려는 듯하여 조금 마음이 편했다.
호국 보훈의 달 6월에 부산의 한쪽에 자리한 UN기념공원을 떠올리며 이번 현충일에는 호국 영령과 순국 선열, 그리고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미국 외 15개 나라의 UN연합군 전사자들께도 감사의 묵념을 올린다.
최윤희 전문직여성(BPW)한국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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