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예'와 '아니요'

입력 2009-06-08 06:00:00

'서울말만 표준어로 규정한 현행 국어기본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5월 28일 지역어 연구모임인 '탯말두레' 회원 등 123명이 "서울말을 표준어로 규정하고 표준어로 교과서와 공문서를 만들도록 한 국어기본법은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교육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헌법소원을 낸 쪽에서는 "서울말 중심의 정책 역기능으로 소설 태백산맥처럼 문학적 표현이 풍부한 사투리를 구사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재판부는 "서울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문화를 선도하는 점, 사용 인구가 가장 많은 점 등으로 비춰볼 때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표준어 합헌' 판결을 접하고 적이 놀랐다. 매일신문 지상에서도 스트레이트 기사 이외 문화 스포츠레저 기사 등에는 '나래' '내음' 등의 방언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언은 사전적 의미대로 표준어와 다른, 어떤 지역이나 지방에서만 쓰이는 특유한 언어로 사투리이다. 그렇지만 '나래를 펼쳐라' '날개를 펼쳐라', '꽃내음' '꽃냄새'는 표기에 따라 느낌이 다른데도 일방적으로 '날개'와 '냄새'만 표준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표준어가 국민의 올바른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도구라면 방언은 우리 삶의 생생한 모습과 정신이 담긴 문화유산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아내를 위해 부엌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다 못해 천근만근이요, 청소기를 가지러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앞서의 문장에 나오는 '아니요' '천근만근이요'에서 '-요'인지 '-오'인지를 헷갈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붓이요, 또 저것은 먹이다."와 같이 연결형에서는 '이요'로 적는다. "이것은 책이오."와 같이 종결형에서 사용되는 어미 '-오'는 '-요'로 소리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 원형을 밝혀 '오'로 쓴다. "이리로 오시오."와 같이 활용한다. '예'의 상대말일 때는 '아니오'가 아닌 '아니요'로 적는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을 낸 것에 대해 '예'와 '아니요'를 구분해야 한다.그렇지만 우리는 복잡한 현실에서 단순함을 지니지 못하면 '예' '아니요'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예' '아니요'를 어정쩡하게 해 본인은 물론이고 함께 사는 이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삶 속에서 어정쩡한 자세를 버리고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할 것은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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