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60대1 뚫고 오페라 '안중근' 출연…테너 김도형

입력 2009-06-05 06:00:00

▲ 지역 출신 성악가 김도형(39·테너)이 4~7일 서울에서 열리는 오페라
▲ 지역 출신 성악가 김도형(39·테너)이 4~7일 서울에서 열리는 오페라 '대한국인 안중근'의 안중근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역 출신 젊은 성악가가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과 함께 서울 오페라 무대에 주역으로 출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7일까지 서울 올림픽 홀에서 열리는 창작 오페라 '대한국인 안중근'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테너 김도형(39). 경북대 음대 90학번 출신인 그는 안중근 서거 100주년을 기린 이번 무대에서 국내 최고 성악가로 인정받는 테너 김남두 등과 함께 안중근 역에 캐스팅됐다. 60여명이 몰린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따낸 배역이다.

"역사적 사실에 드라마적 요소를 섞은 작품입니다. 안중근의 고뇌와 영웅적인 면모를 부각시킨 만큼 노래 외에 액팅(Acting·연기)적인 볼거리가 많습니다." 총 4막으로 이뤄진 '대한국인 안중근'은 안중근이 단지 혈맹을 하는 연해주, 하얼빈 역 러시아 술집, 이등박문을 저격하는 기차역, 생을 마감하는 여순 감옥 등 그의 마지막 일대기를 충실히 따라간다. 이탈리아 낭만 오페라 화성 선율을 바탕으로 러시아 민중 오페라의 드라마틱한 형식을 빌려 기존 오페라와의 거리감을 줄였다.

귀국 3년차인 김도형은 이미 국내에서 활발한 오페라 활동으로 실력을 쌓아가는 중인 신세대 테너 가수. 1996년 졸업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8년, 독일에서 2년을 공부했고 크고 작은 현지 무대에 섰다. 2006년 귀국 후에는 대구시립오페라단의 '마농레스코'에 출연, 주인공인 데그뤼 역을 따냈다. 2007, 2008년에는 국립오페라단 오디션에 도전, 배역 오페라 가수로 선발됐다. '카르멘'의 돈 호세, '투란도트'의 칼리프, '토스카'의 카바라도시 등 다수의 메인 롤과 세컨드 롤에 캐스팅됐다. 그는 한 무대에 서는 김남두를 일컬어 "동양인으로서 보기 힘든 기름진 목소리의 테너"라며 "가장 좋아하는 선배님"이라고 말했다.

김도형은 180cm의 큰 키에 미남형의 이목구비가 도드라진다. 저음일수록 체구가 큰 여느 오페라 가수와 달리 남자로선 고음에 속하는 테너임에도 좋은 체격 조건을 갖췄다. 김씨는 "이탈리아에서 배역을 따낼 때 서양인에 뒤지지 않는 큰 체격이 플러스로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사)한국페스티벌 앙상블 단원인 그는 갈수록 좁아지는 국내 오페라 무대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환경이 많이 힘들어졌어요. 유학하고 돌아온 사람은 수에 비해 국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너무 적습니다."

김도형은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동양인, 지방 출신이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오직 치열한 오디션을 통과하는 길밖에 없었다"며 "가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무대에서 노래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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