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연극 '말없이' 중국을 웃겼다

입력 2009-06-02 06:00:00

상해한국문화원서 열린 시립극단 넌버벌 가면극 '공씨 헤어살롱'

▲5월 29, 30일 대한민국 상해문화원에서 열린 대구시립극단의 연극
▲5월 29, 30일 대한민국 상해문화원에서 열린 대구시립극단의 연극 '공씨 헤어살롱'이 현지 교민과 중국인 관객들의 큰 갈채를 받았다. 대구시립극단 제공.

상해(上海)의 밤은 시원했다. 낮 동안의 뜨거운 대기는 서늘한 바람에 식었다. 인구 1천800만명의 중국 최대 도시, 상해는 2010년 '상해 엑스포' 준비로 도시 곳곳에서 활기찬 도로·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단오절(5월28~30일) 연휴에도 불구하고 상해 중심가는 외제차와 다양한 인종으로 넘쳤다.

지난달 29, 30일 대한민국상해문화원에서 열린 대구시립극단 연극 '공씨 헤어살롱'이 현지 교민과 중국인 관객들의 열렬한 갈채 속에 막을 내렸다. 200석 규모의 문화원 다목적 공연장에는 첫 날 200여명, 이튿날 250여명이 찾아와 객석을 가득 메웠다. 무대 앞에 앉아 관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2005년 이후 대구시립극단의 세 번째 상해 방문인 이날 공연은 대사 없이 진행되는 '넌버벌(Nonval) 가면극'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 무대였다. '공씨 헤어살롱'은 2007년 대구 초연 이후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 등을 거치면서 대구시립극단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작품.

배우들의 익살스런 연기에 공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딸, 아내와 함께 공연을 본 14년차 교민 강성훈(44)씨는 "상해는 공연 문화를 향유할 만한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번 대구시립극단 공연은 상해에서도 보기 드문 장르의 공연이었다.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상해문화원에서 연극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인 짱윈윈(張雲雲·27·여)씨는 "대사는 전혀 없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며 "특히 극중 가위춤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연변 출신 재중동포 고영옥(32·여)씨는 "상해에서도 한국 드라마 등 한류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상해에서 열린 한국 연극 '공길전'은 자막처리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번 대구팀 공연은 호응이 대단히 좋았다"고 말했다.

시립단원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은환, 이나경, 이재선, 유성태, 강석호, 권혁 등 배우들의 얼굴은 가면을 벗자 땀으로 범벅이 됐다. 6명의 배우들은 극중 24개의 가면을 바꿔가며 1인 다역을 소화했다. 평소보다 작은 무대였던 터라 배우들은 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공연은 관객들의 환호로 보답받았다. 공연이 끝나자 중국인 관객들은 배우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앞다퉈 줄을 섰다.

하현봉 상해문화원장은 "대구시립극단의 이번 공연은 인터넷 예매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며 뿌듯해했다. 조성문 대구은행 상해대표처 소장은 "대구 연극팀의 공연이어서 더욱 반가웠다"며 "한중 문화 교류의 뜻깊은 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창성 대구시립극단 감독은 "교민과 현지 중국인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가 어느 때보다 인상적이었다"며 감사함을 나타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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