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고통이 사람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듯하다.
"대상포진입니다. 입원하셔서 무조건 쉬셔야 합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겁도 나고 해서 무작정 친구가 근무하는 병원, 또 내가 간호학생 시절 실습도 하고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적어도 내게는 편안함을 주는 병원이었기에 주저없이 달려갔다. 역시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한 마디도 틀리지 않고 똑같았다.
근무하는 학교에는 죄송한 마음으로 병가를 내고, 환자복을 입고 6층에 있는 병실에 입원,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는 가족들, 친구들, 직장동료들에게 위로받고 먼 하늘을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하루가 지나자 답답함은 극에 이르고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픈 맘뿐이어서 은근히 기분도 가라앉던 차에, 병실 문을 열고 환하게 웃으시며 들어오셔서 병실 바닥이며 화장실, 휴지통을 말끔히 비워주시는 아주머니를 보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 순간, '아! 내가 지금 여기 이렇게 앉아 있는 이유는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면서 옳게 보지 못했던 이 세상의 아름다운 이들과 고마운 순간들을 똑바로 한번 보라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내 가슴을 두드렸다.
내가 아프다고 병원을 찾아와 날 웃게 해주는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천사보다 예쁜 내 조카들, 직장 동료들, 친구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 위해 기도해주시는 신부님과 수녀님들. 무엇보다도 2시간 간격으로 전화해 밥 먹었느냐고 물어보시며 마흔 넘은 딸을 걱정하시는 일흔이 넘은 아버지. 퇴행성관절염으로 다리도 불편한데 시장 들러 내가 좋아하는 메밀묵채에 평상시엔 감히 생각도 못하는 전복 5마리 사다가 정성스레 죽까지 끓여 무거운 걸음으로 병원까지 가져다주시는 엄마. 이 은혜롭고 따뜻한 고마움들에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일주일 만에 병원을 나오면서 그 병원에서 내가 느꼈던 마음들을 잊지 않고 나 역시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이가 될 수 있도록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입원해 있는 시간 동안 몸이 낫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어쩌면 당연히 여겨졌었던, 아니 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아름다운 이들과 소중한 순간들을 내가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일부러 아픈 시간을 내게 주신 듯하여 참으로 감사하다.
내 마흔 인생에 소중한 경험이 된 병원에서의 입원 생활을 난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입원한 일주일간 난 그 어떤 선물보다도 소중한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귀중한 선물을 주신 모든 분들께 이제는 내가 선물을 드려야 할 텐데….
아마도 그 귀한 선물에 보답하는 길은 누군가에게 나도 그런 따뜻함을 나누며 아름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주일 동안 내가 만났던 모든 분들, 내가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 그 분들에게 언제나 행복과 평화가 함께하기를 기도 드린다.
이미정(대구 북구 복현2동)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