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 잠드소서" 수백장 노란 종이비행기 하늘로…

입력 2009-05-29 07:07:34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을 위해 29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에서 발인을 마치고 서울 경복궁으로 향하는 운구 행렬이 중부내륙고속도로 고령1터널 부근을 지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을 위해 29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에서 발인을 마치고 서울 경복궁으로 향하는 운구 행렬이 중부내륙고속도로 고령1터널 부근을 지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엄수된 29일 오전 5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조문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발인식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봉하마을 앞 도로변은 조문객들로 가득 메워졌다. 경찰은 추모객을 2만명으로 추산했다. 밤을 지새운 듯 바닥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거나 어린 자녀가 새벽이슬을 맞지 않도록 담요를 두른 조문객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조문행렬은 발인식 직전까지도 끝없이 이어졌고, 발인식이 시작되기 15분 전쯤에야 조문을 멈췄다.

오전 5시가 되자 육·해·공군 의장대 10명이 마을회관 안에 모셔져 있던 노 전 대통령의 관 위에 태극기를 덮는 의식을 시작했다. 태극기로 감싸진 관은 마을회관을 빠져나와 한걸음씩 분향소 뒤편 검은색 운구차로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운구 행렬에는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형 건평씨 등 유가족과 한명숙 공동장의위원장, 문재인 전 비서실장 등 장의위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운구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따라나온 유족들과 장의위원들은 분향소 앞으로 이동해 견전(遣奠)을 치렀다. 견전은 발인할 때 문 앞에서 치르는 제사다. 유재철 동국대 교수의 진행으로 상주인 아들 건호씨가 영정 앞에 술잔을 올렸고 모든 참석자가 무릎을 꿇고 앉은 가운데 축관이 축문을 읽는 독축이 진행됐다. 발인식 내내 조문객들 사이에서 흐느낌과 오열이 터져 나왔다.

견전이 끝나자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와 조카 노지원씨가 각각 든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무궁화 대훈장이 사저를 둘러보기 위해 천천히 이동했다. 운구행렬이 지나가자 분향소 주변을 둘러싼 조문객들은 연방 흐르는 눈물을 닦기 바빴고, 곳곳에서 "사랑합니다"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운구행렬이 사저 대문에 도착했고, 권 여사는 슬픔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10여 분가량 사저를 둘러본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은 천천히 조문객들의 통곡을 뒤로한 채 운구차로 향했다. 배우 명계남씨는 붉은 눈시울로 마지막까지 영구차를 쓰다듬었고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른 '상록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 행렬이 천천히 움직이자 조문객 속에서 수백여 장의 노란색 종이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종이비행기에는 고인의 넋을 기리고 명복을 비는 글귀가 가득 적혀 있었다. 일부 조문객은 운구차량이 떠나기 직전 운구차 앞에서 절을 올리기도 했다. 수천여명의 지지자들은 떠나가는 운구 행렬을 마을입구까지 따라가며 슬픔을 삭였다.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당초 예정보다 30분가량 늦어진 오전 6시쯤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 경복궁을 향해 봉하마을을 떠났다. 봉하마을에서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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