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보자" 월차 낸 직장인들…화제 만발

입력 2009-05-28 09:52:08

28일 오전 4시 대구 수성구 모 아파트 단지. 하나 둘씩 거실의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이내 창 밖으로 TV 화면이 어른거렸다. 아시아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박지성 선수의 활약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이날 '꿈의 무대'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팀도 졌지만 박지성은 활발한 몸놀림을 선보였다. 출전 명단에서조차 제외되며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던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박지성의 활약을 지켜본 한국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박지성의 경기를 지켜본 직장인들은 출근해서도 붉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박지성의 경기와 관련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특히 박지성의 선발 출전을 두고 직장 동료들과 내기까지 했던 이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직장인 전모(33)씨는 "출전한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지난해처럼 연막 작전일까 싶어 걱정을 많이 했다"며 "박지성 선발 출전 덕분에 2만원을 벌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풋살 동호회원인 박모(37)씨는 "지난해에는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다가 허탕을 쳤는데 올해는 달랐다"며 "맨유가 지는 바람에 내기에서 2만원을 날리게 됐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스포츠 베팅 게임에 맨유가 이기는데 3천원을 걸었다는 김모(36)씨는 "맨유가 이겼으면 2.55배의 배당금을 받았을 텐데 아쉽다"며 "그래도 박지성의 출전 덕분에 동료들과의 내기에서는 이겼다"고 했다.

새벽 경기를 보기 위해 이날 월차를 낸 직장인들도 있었다. 대구 시내 공기업에 근무하는 정모(37)씨는 "새벽에 일어나서 경기를 보면 아무래도 업무에 지장을 줄까봐 28일 월차를 냈다"며 "비록 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자웅을 겨루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공무원 박모(36)씨도 "오전 일찍 출근해야하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경기를 보기 위해 월차를 냈다"고 했다.

밤을 새거나 야식을 미리 준비하며 기다린 이들도 있었다. 최준식(33)씨는 "새벽에 일어날 자신이 없어서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밤을 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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