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의 펀펀야구] 프로야구 선수들의 슬럼프

입력 2009-05-28 08:41:53

도시의 삶에는 끓는 포트 속의 기포처럼 걱정거리가 많다. 대문을 나서면 필요한 돈에서부터 실적이나 건강·상처를 주고 받는 대인 관계나 이해 관계 등 무수한 이유들이 스트레스 수치를 저울질하며 주위에 널려 있다. 더러는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더러는 부채(빚)처럼 집요하게 내면을 공격하고 마침내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서서히 정신을 교란해 나간다. 그렇게 우리의 정신은 끊임없이 생성되는 고민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수영하듯 헤쳐 나가야 한다.

귀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언제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근심이 없을까? 조금 지나친 면이 없지 않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여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지옥같은 곳이다. 야구를 육체적인 운동으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겠지만 천재적인 소질이 있어도 펑크난 타이어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있으니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우선 유망한 젊은 선수들에겐 언제나 유혹이 따른다. 우러러보는 직업과 돈(계약금 등)이 생겼으니 어린 나이에 잠시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잠시라 생각하고 옆길로 새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직면하게 되고 서서히 도태 수순을 밟게 된다. 억대의 계약금을 받고도 얼마나 많은 유망주들이 흔적없이 사라졌는지 돌아보면 알 일이다. 그러므로 연애에 빠진다든가 친구들의 잦은 전화를 반기는 일은 위험천만한 도박인 셈이다.

결혼을 해도 스트레스는 줄어들지 않는다. 성적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 있거나 1군에서 벤치만 지키고 있다면 내색은 않지만 아내는 아내대로 마음을 졸이고 가장으로서 선수의 심기는 결코 편치가 않다. 주전으로 활약한다 해도 화약고같은 부상의 위험이나 후유증은 언제 생계를 위협할 지 모른다.

은퇴 후의 계획은 준비되지 않는 채 젊은 선수들은 해마다 도전에 직면하고 행여라도 팀 성적이 나쁘면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 은근히 두렵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타율이 떨어지는 것인데 안타없이 몇 경기를 치르면 슬럼프 걱정이 앞서고 급하게 만회하려다 더 큰 나락으로 빠져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1984년부터 경기력 향상을 위해 카운슬링 제도를 도입했다. 망설이던 선수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말 못할 고민들을 하비 도프먼 박사에게 털어놓았다. 일상의 고민에서부터 기술적인 문제점이나 수만 관중 앞에서의 심리적인 압박감을 숨김없이 얘기했다. 그 결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됐다고 여겨졌던 선수들이 사실은 온통 고심투성이라는 걸 알게 됐다.

모든 문제를 긍적적인 사고로 전환하는 정신적인 트레이닝과 함께 기술적인 지원이 보강됐다. 거기에다 1986년 토니 라루사 감독이 부임하면서 주장한 팀 배팅과 경기를 읽는 눈을 통한, 생각하는 야구가 궁합을 맞추면서 이후 1988년부터 1990년까지 3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밑거름이 됐다. 집중력이 생명인 야구에서 최대의 적이 바로 쓸데없는 상상이며 걱정거리인 것이다. 야구해설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