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내음이 아스팔트 지면에 촘촘히 스며든 까닭일까. 동해안 7번국도는 언제나 대구 사람들에게 바다의 '로망'을 꿈꾸게 한다. 하염없이 일렁이는 푸른 빛깔의 바다와 어촌을 지날 때마다 코끝을 찌르는 비린내, 그리고 그물망을 다듬는 어촌 사람들의 순박한 표정…. 그렇기에 전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소문나 있지 않은가. 그 길을 따라 유유자적 올라가다 보면 울진 죽변항이 자리한 죽변면 푯말이 눈 앞에 나타난다.
죽변(竹邊). 혹자의 풀이처럼 '대나무가 많은 변방'쯤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죽변4리는 대나무가 흔하디 흔하다. 이 마을은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와 'KBS 오락프로그램 1박2일' 촬영한 곳으로 이름 꽤 알렸다.
촬영장이란 표지판을 끼고 마을 도로를 잠시 올라가면 가슴이 탁 뚫린다. 망망대해와 절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니 한쪽 절벽 위 야트막한 봉우리를 뒤덮은 대나무숲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대나무숲 오솔길'이란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아하! 이곳이 용의 꿈길이구나'.
'용의 꿈길'이라, 전설에서 따왔다지만 참 기막힌 이름이다. 먼 옛날, 오직 승천(昇天)만을 꿈꾸던 용이 있었다. 승천을 위해 기나긴 세월을 견디며 바다 속을 헤집고 다녔고 기어코 용암이 둘러싸여 있는 이곳 용소에서 승천의 소망을 이루었다. 용의 꿈이 이뤄진 신성함 때문일까. 조선시대부터 사람들은 가뭄이 극심해지면 이곳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올렸다고 전한다.
최근 항공사진을 판독한 결과 죽변면 일대가 용의 형상을 가졌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사진에 꼭 용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형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동해안 해안선이 남으로 쭉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내려가다가 죽변항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선인들은 이곳을 '용이 노닐면서 승천한 곳'이란 의미로 '용추곶'(龍湫串)이라 불렀다.
봉우리 일대에 키 작은 대나무들은 오래전부터 자생하던 것들이다. 이곳 대나무숲은 신라시대 화랑이 왜구를 막기 위해 상주한 곳이며 숲을 뒤덮은 대나무들은 임진왜란 때 화살의 재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대나무숲 사이로 나있는 오솔길은 1960년대 지역민들만 사용했다. 이 오솔길이 최근 '용의 꿈길'이란 멋진 이름으로 관광상품화한 것.
오솔길로 발을 옮기자 2~5m 정도 높이의 대나무들이 춤사위를 펼친다. '싸아~'하는 대나무 소리와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화음으로 귓가에 울린다. 눈을 감고 잠시 감상하니 마치 싱그러운 아카펠라처럼 느껴진다.
오솔길 중간 중간에 친절하게도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모두 3곳에 설치돼 있는데 전망대에 서면 그림 속에서 봄직한 한 폭의 절벽 풍경화가 고스란히 그려진다. 특히 제3전망대에 서자 수평선이 보이는 망망대해가 쫙 펼쳐진다. 통통배가 푸른 빛을 가르며 하얀 물살을 만들어 낸다.
대나무숲 길이라고 해서 대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군데군데 소나무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500~600m 길이의 오솔길 끝자락.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별도로 나있다. 바위계단을 밟고 내려간 바닷가엔 돌멩이 탑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이곳 주민에 따르면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하나 둘 돌멩이를 쌓아 놓고 갔고 그것이 탑같이 만들어졌다는 것. 용이 이곳에서 자신의 꿈인 승천을 이뤘듯이 저마다 돌멩이에 소원을 빌면서 쌓지 않았을까.
인근 죽변항로 표지관리소엔 약 20m 높이의 새하얀 등대가 우뚝 솟아 있다. 죽변등대. 내년이면 만들어진 지 벌써 100년째라고 한다. 오래된 역사와 아름다운 외형으로 2006년 '등대문화유산 제1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관리소 직원 신상철(33)씨는 "주말이면 여행객들이 찾아와 등대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간다"며 "등대가 너무 노후하기 때문에 일반인 개방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에 나오는 세트장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절벽 위에 만들어진 이 세트장은 드라마 주인공이 살던 소담스런 옛집과 아기자기한 교회로 꾸며져 있다. 자물쇠로 채워져 내부를 구경할 순 없지만 뛰어난 뒷배경으로 인해 '사진 찍기'용으로 좋다.
◆경북도 민물고기 생태체험관
큰 기대하지 않고 들른 곳인데 의외로 잘 꾸며져 있다. 체험관 건물 외부에 바깥 분수대와 연못엔 노란 숭어와 황어 등이 노닌다. 특히 인간의 얼굴을 닮았다는 '안면어'가 이채롭다. 내부에 들어서자 아쿠아리움 못지 않다. 깔끔한 인테리어나 분위기 있는 음악, 수많은 수조 등이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인근의 성류굴을 축소한 모형,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뛰어노는 모습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지상층과 지하층으로 구분돼 있는 이곳은 119종, 4천400여 마리의 각종 수중생물이 테마별로 전시돼 있어 웬만한 민물고기들은 한눈에 볼 수 있다.
생태공원도 놓쳐서는 안 되는 코스. 이곳엔 물고기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먹이는 자판기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생태공원 바로 옆에 별관엔 각종 수초들이 전시돼 있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여행이라면 '강추'할 만한 곳이다. 관람료는 어린이 1천원, 청소년 1천500원, 성인 2천원이다. www.fish.go.kr, 054)783-9413.
◆울진엑스포공원
매년 7월경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를 위해 조성된 이 공원은 가족이나 연인끼리 잠시 휴식을 취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생태체험관과 가까워 여행 코스로 활용하면 좋다. 무엇보다 이곳은 공원 입구에서 시작되는 소나무 산책로(사진)가 특히 인상적이다. 이곳 소나무들은 모두 자생하던 것들로 쭉쭉 뻗은 모습이 한눈에도 시원하다. 바로 앞엔 왕피천이 흐르고 있어 더위를 식혀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운이 좋다면 까치와 청설모 등도 볼 수 있다. 소나무 산책로엔 군데군데 벤치와 나무 산책로가 설치돼 있다.
공원 규모는 꽤 큰 편. 널찍한 소나무 산책길 외에도 뒷쪽에 곤충 학습관과 야생화 관찰원, 각종 자그마한 테마 공원 등이 있다. 인근 유기농 경작지에선 농민들이 직접 농사짓는 모습도 볼 수 있다. http://expo.uljin.go.kr, 054)789-5512.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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