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7시30분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진 대구 중구 2·28운동기념공원 안에는 흰색 물결이 출렁였다. 흰색 천으로 만든 만장 수천여개가 줄에 길다랗게 매달려 바람에 나부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공원 안을 여러 겹 휘감은 만장에는 안타깝게 노 전 대통령을 보낸 시민들의 연민과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그리고 작별의 인사가 깨알같이 적혀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조문객들은 하나둘씩 이곳을 찾아 영정 앞에서 눈물을 떨궜고 만장에 적힌 슬픈 글귀를 하나씩 읽어보고 있었다. "너무 보고 싶어 눈물이 납니다.", "어떡합니까? 불쌍한 우리 대통령님..."
만장이 수놓은 흰색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김주현(28·여)씨는 "소탈한 시민 대통령을 갑자기 잃어 너무 슬프다"며 "출근전 노 전 대통령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나왔는데 만장을 읽어보니 더 슬프다"고 말했다.
'미안해 하지 말라'는 노 전 대통령의 당부와는 달리 자책성 글귀도 많았다. "죄 많은 저희를 부디 용서하소서...", "사랑하는 대통령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 ▶ 버튼을 클릭하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현 정부와 정치권을 비난하는 글도 이어졌다. "정부와 정치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굵은 글씨가 새겨진 만장도 보였고 "누가 당신을 죽였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라는 글도 내걸렸다.
노 전 대통령의 선택을 애둘러 원망하는 글귀도 보였다. "남은 우리는 어떡합니까?", "모진 세상 저희만 남겨두고..."
한참 동안 영정 앞에서 물끄러미 서 있던 한 50대 조문객은 "그냥 잊으면 될 일인데...그렇게 쉽게 가버리다니"라며 씁쓸해했다.
시민들은 만장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가신 큰 걸음 우리 가슴에 영원히 새기겠습니다", "민주화의 물결 속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 곁에도 만장 하나가 휘날렸다. "나의 대통령 노짱. 이제 편히 쉬세요."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장성혁 인턴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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