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대통령 파워, 사유화 땐 부패 필연

입력 2009-05-26 08:47:18

[제왕적 대통령제의 그늘] ②권력 집중화 차단을

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역사가이자 사회 비평가인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는 "삼권분립이 돼 있더라도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것은 자유로운 언론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제 하에서 권력을 견제하는 일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슐레진저는 '제왕적 대통령'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인물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제 폐단을 줄이기 위해 임기 말에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론'을 제안했다. 그는 또 '책임 총리제'라는 명분으로 이해찬 전 총리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는 정치 실험도 시도했다. 이 때문에 이 전 총리는 국민의 정부 시절 김종필 총리 이상의 '실세 총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도 권력 집중화의 결과라 할 수 있는 가족과 친인척 비리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대통령에게 쏠린 권력의 분산을 시도했지만 미완에 그쳤고 결국 자신도 모르게 대통령제란 제도적 사슬에 묶인 셈이다.

권력은 속성상 집중되기 마련이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력 집중은 남용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한 사람에게 힘이 집중되다 보니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각종 이해 당사자들의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대통령 1인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개헌의 방향은 삼권분립을 더 명백히 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도 대통령 중심제보다 권력을 분산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이원집정부제 39.0%, 내각제 33.9%, 대통령제 24.7%)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적 변화보다는 인식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 권력 문제의 핵심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라며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권력의 사유화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이어 "박정희 정권 말기부터 공식 인사들의 파워를 능가하는 비공식 인사들이 호가호위하며 득세했다"며 "파워 센 비공식 인사들은 힘 약한 공식 인사를 권력 내부에 채워 넣어 좌지우지하는 악순환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한 제도적 대안은 여러 가지가 나와 있다. 청와대의 감사원 업무를 국회로 이관하는 한편 사법부 독립을 강화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또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들 대안의 공통점은 공식 라인 인사들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 책임 추궁 또한 엄정하고 투명하게 하는 '라인 오거니제이션'(공식 라인 조직)의 강화에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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